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수많은 학생으로 북적이는 캠퍼스보다는 방학 기간의 한적함이 더 좋았다. 조용히 연구실에서 논문을 보고 연구에 매진하는 그 여유로움이 좋았다. 그러나 이젠 학생들이 보고 싶다.

 

3월이면 봄이 와야 했건만, 아직 대학 캠퍼스에는 봄이 오지 않고 있다. 학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은 황량한 캠퍼스, 건물 입구마다 외부인 출입 금지를 알리는 팻말, 건물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안내문, 건물 내 휴게 공간과 도서관에 붙어 있는 폐쇄 안내 공고문 등이 요즘 대학 상황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또한 각종 국내 학술행사가 취소되고 있으며, 길게는 2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국제 학술행사의 국내 개최도 불투명해 지고 있다. 대학의 기능인 교육과 학술 교류가 멈춰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19 확산 탓이다. 대학이 이럴진대 시민의 일상생활과 시장 및 기업 활동은 오죽하겠는가.

대학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학생들은 밀집도가 높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며 시간표에 따라 강의실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므로, 코로나19의 대량 확산이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올해 2월초까지만 해도 대학들은 개학에 맞춰 입국하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대책 수립에 고심했었다. 외국인 유학생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캠퍼스에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개학이 연기되었으나, 수업일수 문제로 2주간만 연기된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의 확진자 확산 추세로 보면 그 2주가 지나도 정상적인 수업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궁여지책으로 대학 당국은 2주 뒤에 개학은 하되 앞으로 개학 직후 2주 동안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라고 한다.

온라인 수업 방식으로는 실시간 인터넷 강의와 동영상 강의가 있다. 그러나 서버 용량 한계로 사전에 제작된 강의 동영상을 활용하는 동영상 강의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사실 동영상 강의는 강의라기보다는 동영상 시청에 가깝다. 그런데 많은 대학이 강의 동영상 촬영에 필요한 기자재와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모든 교수들의 강의 촬영을 동시에 지원하기에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제대로 된 지원 없이 교수 스스로 강의 동영상을 촬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촬영 장비에 해당하는 노트북과 마이크 준비도, 촬영 장소 세팅도, 동영상 촬영과 편집 작업도 스스로 모두 다 해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교수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보니, 촬영한 동영상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여간 거북스럽지 않으며 강의 도중의 사소한 말 실수조차 대단히 거슬린다. 어쩔 수 없이 마음에 들 때까지 같은 강의를 반복 촬영하게 된다.

사실, 강의 동영상 준비의 불편함은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동영상만으로 수식의 전개 과정을 기본으로 하는 이공학 전공 강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 걱정이다.

또한 실험과 실습이 병행되는 강의를 대체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점도 걱정이다. 특히 온라인 강의 대체를 예정하고 있지만, 그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답답한 마음에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하는 코로나19 상황을 일별 그래프로 그려보지만, 4주 뒤에라도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만일 대체 기간이 더 길어진다면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까?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수많은 학생으로 북적이는 캠퍼스보다는 방학 기간의 한적함이 더 좋았다. 조용히 연구실에서 논문을 보고 연구에 매진하는 그 여유로움이 좋았다. 그러나 이젠 학생들이 보고 싶다. 캠퍼스가 학생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그립다. 대학 캠퍼스에는 언제쯤 봄이 오게 되는 걸까.

이승걸 인하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