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음'의 희열은 변치 않는 진리
▲ 송호성 지음, 화인북스232쪽. 1만4000원.

"독서를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이고 독서가 가져다주는 위안은 과연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지은이는 T.S. 엘리엇의 표현을 빌려 "언어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것은 언어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다"라고 답한다.

영상이나 그림 혹은 음악처럼 직접적이고 강렬하지 않아도 글을 통해 전달되는 언어의 매력은 여전히 실재하는 가치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음악이나 미술이 시대 또는 양식에 구애를 받을 수밖에 없는 반면, 언어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의미를 전달한다.

2500년 전 공자, 2400년 전 소크라테스가 그랬듯이 그들이 즐겨 썼던 언어를 형태만 달리할 뿐 의미에서는 변함없는 그대로 지금의 우리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고전을 읽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지은이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좋은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고전은 '사고의 보고(寶庫)'이다. 고전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일상에서 볼 수 없었던 인류 역사의 장대한 파노라마와 삶에 관한 풍부한 에피소드와 의미 깊은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누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고전을 통해서 가치의 전도(顚倒)를 목격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서 변증법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묵자가 공자에게 이의를 제기했듯이, 예수는 플라톤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니체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플라톤과 예수에 대해 자못 거칠게 이의 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은이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똑같은 말만 해왔다면 인간은 얼마나 따분한 존재이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인간은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회의(懷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책을 읽는 목적은 자신의 식견과 안목을 높이는 데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쿨(cool)해지는 데 있다.

지은이는 "'쿨해진다'는 것은 냉정해진다기보다는 냉철해진다는 의미로, 세상을 등지는 게 아니라 세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걸 뜻하기 때문에 독서는 일종의 '구도(求道) 행위'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양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인천남동공단에서 중소제조업체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지은이는 구도 행위와도 같은 독서를 통해 깊은 감명과 인상을 받은 철학자 12명의 언어를 함축적으로 요약해 <독서의 위안>을 펴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