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잦아든 것 같다. 그 대가는 너무 컸다. 인구 1000만명을 넘는 도시의 봉쇄, 3000명 넘은 사망자, 8만명 넘는 확진자, 그 중 1만명 넘는 확진자가 아직 병상에 누워 있다.

이렇게 참담한 사투에서 감동적인 스토리가 당연히 적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이 또한 이를 놓칠 리가 없고 매일 대서특필하여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소위 '긍정적 에너지' 보도의 일종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언론보도를 통해 감동을 못 받고 오히려 어떨 때는 지루한 느낌이 들고 심지어 분노하기도 한다.

3월8일, '여성의 날' 맞으면서 한 언론사 여기자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의 모범으로 방송에 나왔다. 일선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량의 공개와 비공개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는 인터넷에서 많은 추궁과 질타를 받았다. 그녀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반 '사람 간 전염이 없다'는 기사를 썼고 '휘슬 블로어'로 불리는 리웬량 의사를 '유언비어 제조자'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 언론체제에 정통한 사람은 그녀가 다만 권위자와 관련기구의 말을 사실대로 보도한 것뿐이고 실제상황을 해당 언론사의 내부 채널을 통해 비공개로 보도했을 것이라고 대신 변명한다. 비공개 보도는 어차피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논할 대상이 못되지만 공개보도한 것을 보면 이 여기자가 기자로서의 팩트체크와 현장 확인도 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기자로서의 담당과 본분을 잊은 모양이다.

물론 더 깊이 생각할 문제는 가령 사람 간 전염이 번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공개적으로 보도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관영 매체들이 그 시간대 모두 함구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답일 것이다.
3월10일 경 중국 SNS의 역사에 기록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유명 주간지 <인물>의 <휘슬을 건넨 사람>이라는 기사가 중국 전역에 퍼졌다. 기사는 우한(武漢)시 중심병원의 한 여의사가 밝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발병 초기 실상을 담았다. 이 여의사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의심되는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채팅방에 올렸다. 같은 병원의 리웬량 의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또다시 다른 채팅방을 통해 친구들에게 전했다. 여의사는 혹된 질책과 엄격한 함구령을 받았다. 리웬량 등 8명의 의사가 '유언비어 제조자'의 명목으로 경찰서에 불려가 훈계를 받았다. 리웬량은 나중에 '휘슬 블로어'로 불리게 되고 그 여의사가 '휘슬을 건네준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담은 기사가 인터넷 등 미디어에 나오자 검열에 걸려 몇 시간 후 삭제되었다. 분노한 누리꾼들이 이 기사를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경주릴레이처럼 중국의 웨이보(중국식 트위터), 웨이챗 등 SNS플랫폼을 통해 전파해 가관을 이뤘다. 금문(金文), 붓글씨, 갑골문 이모티콘 문자, 컴퓨터 코드 등 문자로 만든 버전이 있는가 하면 영어,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 등 외국어 버전도 등장했다.

서양의 한 연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염병 초기 언론의 공개 투명한 보도는 30%이상의 사망자 감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되돌아보면 초기 정보의 공개 및 언론의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만시지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최근 몇년 간 중국의 언론은 '긍정적 에너지'를 선양하는 간판 아래 감독과 진상규명 및 비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의 역할로서 유명한 'WATCHDOG(감시견)' 논조가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일부 언론의 작태를 보면 'WATCH(감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꼬리를 흔들며 권력의 환심만 사는 'DOG(개)'로 남아 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한 측면으로 언론의 자유, 사회의 공개투명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서 벌어진 '괴현상'은 현행 통제제도에 대한 불만과 비웃음과 반항이다. 이 광경을 보고 필자도 스스로 이 시기와 잘 어울리지 않은 회심의 웃음이 나온다. 더 많은 사람들의 깨달음 때문이다.

장충의 중국차하얼학회 선임연구원·연세 - 차하얼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