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키로 한 것은 말 바꾸기의 전형이다. 민주당이 12~13일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비례연합정당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74.1%의 찬성으로 비례연합정당 합류가 공식화됐다.
이해찬 대표는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미래한국당) 창당으로 선거제 개혁의 취지가 훼손된 만큼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지만, 너절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 대표의 말대로 비례위성정당이 국민의 의사를 정직하게 반영하는 선거법 개정 취지를 저버리고 법률의 맹점을 이용해 국민의 선택권을 왜곡시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미 미래통합당에 의해 선거법 취지가 훼손됐기에 똑같은 수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궤변이다.

민주당은 미래한국당에 대해 '가짜정당', '반칙', '꼼수' 라며 비난해 왔다. 심지어 미래한국당을 만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자신들은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비록 비례정당 없이 선거를 치르면 비례의석 47석 중 상당수를 미래한국당이 가져갈 것이라는 우려는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아무리 신의를 헌신짝 취급하는 것이 정치권의 현실이지만 이번 경우는 심했다.

특히 '비례정당 창당은 안한다'고 수없이 장담한 이 대표가 앞장선 것은 모순이라는 말로 부족하다. 게다가 이낙연 민주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이라고 했다니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이 위원장은 불과 얼마전에 '그런 짓(비례정당 창당)을 해서 되겠나' 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말을 바꾸면 역풍이 불 수 있다", "명분도 없고 실익도 의심스럽다", "상대가 반칙을 쓴다고 반칙으로 대응하면 둘다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등의 반대 의견이 상당했지만 지도부는 당원투표를 밀어붙였다.

주판알 굴리기에 익숙한 미래통합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늘 정치개혁을 외쳐온 민주당이 현실론 앞에 무릎 꿇은 것은 무척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앞으로 '개혁', '원칙·명분',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