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낮술에는 밤술에는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트리고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졌듯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금지선 앞에서 멈칫거리고 때로는 그 선을 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라. 그 선이 오늘 나의 후회와 바꿀 만큼 그리 대단한 것이었는지.

낮술에는 바로 그 선을 넘는 짜릿함이 있어 첫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에서부터 '싸아'하니 온몸으로 흩어져간다. 안전선이라는 허명에 속아 의미 없는 금지선 앞에 서서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그대에게 오늘 낮술 한잔을 권하노니, 그대여 두려워 마라. 낮술 한잔에 세상은 환해지고 우리의 허물어진 기억들, 그 머언 옛날의 황홀한 사랑까지 다시 찾아오나니.

▶이유도 모르게 울적해지는 일이 때때로 찾아와 퍽이나 감성적이라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매번 '낮술'은 마시지 못하니 '밤술'만 느는 것이었다. 흔들렸어야 했던 순간이라는 생각만 쌓여간다. 그렇다. 우리가 "망설이고 주춤거"렸던 그것들은 "오늘 나의 후회와 바꿀 만큼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알게 되는 것은 항상 늦게 온다는 것. 오늘 다시 그 순간이 온다면 또 다시 "망설이고 주춤거리"다 내일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허물어진 기억들"은 다시 찾아오는가. "두려워 마라"는 시인의 말을 선언처럼 되뇌어본다.

/권경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