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나고 자라 대한민국의 고도 경제성장 정책을 이끌었던 경제학자 겸 정치인 이승윤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지난 1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살.

고인은 4선 국회의원과 정부 경제수장을 지낸 인천 출신 거목이다.

1931년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논현초교, 인천고(49회),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주리대 석사와 위스콘신대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상대 조교수(1961년), 서강대 경상대 교수(1964년)로 부임했다.

고 남덕우 전 총리·김만제 전 부총리와 함께 '1세대 서강학파 트로이카'로 불리며 개발경제시대 한국의 고속성장을 주도했다.
정계에 입문해 제 9~10대 국회 유신정우회 국회의원(1976~1980년)을 지냈고 1980~1982년엔 당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이 시기 해외차관 도입을 통해 석유 파동과 대흉작으로 어려웠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0년 3월 당시 조순 부총리 후임으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아 한국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수출을 토대로 한 고도성장 전략을 구사했다.

인천 북을 선거구에 출마해 13대(민정당·1988~1992년)와 14대(민자당·1992~1996년)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후엔 금호그룹 고문, 대한민국헌정회 정책연구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6년 4월 28일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역대 부총리·장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고 이승윤(앞줄 가운데). 이듬해 8월 건국 69주년 기념 '제 10회 우남 이승만 애국상 특별상'을 받는 등 말년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4월 28일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역대 부총리·장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고 이승윤(앞줄 가운데). 이듬해 8월 건국 69주년 기념 '제 10회 우남 이승만 애국상 특별상'을 받는 등 말년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연합뉴스

고인은 "경제관료는 끊임없이 경제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면서 "대통령은 각료들을 앞세워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총리도 자꾸 귀찮게 야당을 찾아가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족은 미망인 정온모 씨와 아들 준수(중국 헝다신에너지그룹 연구원장) 씨, 딸 진수·연수 씨, 사위 김시현(변호사)·전경훈(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 사장)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15호(☏ 02-3410-6915). 발인은 16일 오전 7시 30분.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한 뒤 천안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