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와 잠깐의 멈춤! 처음 이 말을 들은 건 출근길 아침 라디오에서다. 참 생소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익숙했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깐의 멈춤을 하고 있다. 며칠 전 약속이 생겨 커피숍에 들어갔다. 들어갈 때는 빈 자리가 여럿 있었는데 주문을 하고 돌아서니 어느새 좌석이 만원이다. 순간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애써 남은 한 자리 주변에는 마스크를 쓴 표정없는 얼굴들이 무심한 듯 앉아 있었다. 평소같으면 나도 그들과 섞여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을 터이지만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을 변경해 쫓기듯 밖으로 나왔다.

일상이 변하고 있다. 퇴근하면 바삐 들어갈 일이 없는데도 집으로 직행하고, 외식을 즐기며 특별히 살 것이 없는데도 대형마트나 시장에 들러 세상구경에 수다 삼매경에 빠지던 주말도 없어진지 오래다. 주문만 하면 바로 배달해주던 온라인 쇼핑 장보기도 일주일씩 대기해야만 배달이 되지만 그마저도 불평하지 않고 기다리는 집귀신이 되고 있다. 처음 며칠은 망중한에 기쁘기도 했고 이 상황을 즐기기도 했다. 하루에 서너 편의 영화를 다운받아 한꺼번에 즐기며 노는 것도 잠깐, 가슴 한구석에 짜증과 불안이 생겨났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자유로움을 즐기는 듯했으나 곧 온 식구가 계속 집에 머무르니 심심하고 답답해 현기증이 날 것같다고들 한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며,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지인이 새삼 하찮게 여기던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코로나 19 사태가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몸 속 깊이 깨닫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사회적 거리두기, 잠깐의 멈춤이라는 것이 진정 잠깐이길 간절히 비는 것은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인간의 자만과 방심이 가져온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agednda 21'을 선언했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인간의 삶을 위한 agenda 21이 2000년 9월 8개의 새천년개발목표(MDGs : Millenium Development Goals)로 변경 구체화되었고 이 목표를 2015년까지 달성하기로 했다. MDGs는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였고 2015년에 MDGs 이행목표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2015년 9월 유엔총회에서 전세계 193개국이 모여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2030년까지 이행해 내고자 약속을 하게 되었다. 193개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17개의 목표는 인간활동의 나침반을 제공한 것이고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기본목표는 인류공존의 기본조건인 희망비전보다는 생존전략이었다.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던 것들이 언제까지나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코로나로 인해 일상을 뺏겨 버린 지금 더 실감한다. 처음부터 주어졌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이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세대들에게도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당연함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세우게 한 것이다. 2030년까지 이행계획을 수립했고 그에 대한 이행점검은 매년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UN HLPF : High Level Political Forum)에서 진행하고 있고 4년주기로 각국 정상이 참여하는 총회를 개최하여 각 국가와 세계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정도를 점검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타의에 의해 주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일상의 빼앗김이 그동안 무심히 누려왔던, 당연히 여겼던 많은 것들에 대한 뒤돌아봄을 갖게 한다.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 경제적 불편과 어려움, 일상의 부재로 인한 혼란과 불안이라는 큰 대가를 치루면서 당연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SDGs3(모든 사람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웰빙을 증진), SDGs7(모두를 위한 식수와 위생시설 접근성 및 지속가능한 관리확립), SDGs8(모두를 위한 지속적이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생산적인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SDGs11(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번 목표가 부쩍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당연한 듯 무심했던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하며, 현재 세대는 누릴 수 있으나 미래 세대에게는 없을 수도 있는 그 어떤 日常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의 이행정도 점검은 물론 지방정부의 지속가능발전목표수립 및 지속가능발전지표 이행점검이 필요하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유승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