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 공간서 전화 응대하는 일 근무 중 마스크 쓰기도 어려워…통근길 따라 수도권 확산 우려
▲ 10일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박규웅 시 건강체육국장이 인천거주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수도권 최대 규모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 건물 11층에서 일하는 콜센터 직원은 모두 207명에 이른다. 밀집된 공간에서 말을 많이 하고, 같은 기기를 교대로 돌려쓰는 콜센터 업무 특성상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빠르게 전파됐다. 대중교통으로 공동 생활권을 형성한 수도권 연결망도 동시다발적인 감염 경로가 됐다.

▲"코로나19 전파 쉬운 환경"
구로 콜센터 11층에서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생한 건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거주자인 50대 여성이 확진되자 직원 명단에 오른 인천시민 19명도 검체 검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13명이 양성으로 판정됐다. 이들 모두 최초 확진자와 같은 층에서 근무했다. 11층 직원은 207명으로, 같은 건물 7~9층 근무자를 포함하면 전체 콜센터 직원은 600~700명 사이라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밝혔다.

인천시 1차 역학조사 결과,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콜센터 11층 직원들은 근무시간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파악됐다. 근무 중 계속 말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불편했다는 것이다. 환기시설이 열악한 탓에 평소 기침 등 호흡기 증세도 잦아 코로나19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고광필 인천시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말을 많이 하는 업무 특성과 환기시설의 영향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쉬웠던 환경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출퇴근길 따라 수도권 확산
구로 콜센터에서 벌어진 집단 감염이 어디까지 번질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정오 기준 11층 콜센터 직원 46명이 확진됐다고 발표했는데, 207명 전원에 대한 검사는 끝나지 않았다. 다른 층 직원의 감염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이날 콜센터 확진자가 거주하는 인천 6개 자치구의 1차 동선 조사 결과를 보면, 확진자 대부분은 경인선을 타고 구로역으로 향했다. 콜센터가 있는 건물은 구로역에서 도보로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출퇴근길을 따라 코로나19는 서울뿐 아니라 인천·경기 지역으로 퍼졌다.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거주자는 콜센터 직원과 지난 6일 접촉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 콜센터 직원 확진자의 증상 발현 시점이 지난 6일과 7일 사이로 알려진 가운데,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4일부터 증상이 나타난 환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박규웅 인천시 건강체육국장은 "콜센터와 같은 밀접 폐쇄 공간을 통한 집단 감염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내 밀접 접촉 공간에 대한 조사와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서울시·경기도와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