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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방영된 신천지교회의 예배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북한 능라도경기장이다. 엄청나게 큰 교회 건물에 신도들이 빼곡히 들어서 열광하는 모습과 기계와도 같이 일사불란하게 아리랑공연·집단체조를 펼치는 것이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다르다면 한쪽은 다소 섬뜩한 느낌을 주는 희거나 검은 옷 행렬이지만, 다른 쪽은 화려한 총천연색 물결이다. 이곳은 설교 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 아멘 소리가 진동하지만, 저곳은 수십년째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주체사상 선전 구호가 경기장 밖까지 퍼져나간다.

이쪽은 마지막 날에 14만4000명만 구원받아 영생을 얻는다는 강력한 교리로 무장됐지만 저쪽도 만만치 않다. 다른 어떤 이데올로기보다 우위에 있고 사회 모든 부분을 구속하는 초법성을 지닌 주체사상으로 인민을 신도처럼 부릴 수 있다. 어느 게 더 강력한가는 결론 내리기 쉽지 않지만, 김일성은 왜 '종교는 마약과 같다'고 했는지 쓸데없는 궁금증이 든다. 종교가 이념보다 한수 위라고 판단했을까. 아니면 종교 파괴력이 자신의 우상화 영업에 방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까.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는 말은 스포츠계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대표 공통점은 '돌변'이다. 이만희는 신천지교회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 직후 잠적했다가 갑자기 나타나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큰절을 두 번이나 했다. 평소 하나님처럼 행사하던 그로부터 절을 받은 기자 중에는 뿌듯함을 느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당분간 유사종교 교주로부터 절을 받은 첫 사례가 될 것 같다. 그의 신도들은 의자에 앉는 것도 황송해 무릎꿇고 설교를 듣는다. 그러나 대접은 순간이다. "사죄드린다. 면목이 없다"는 말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로 바뀌더니, 기자들이 시끄럽게 하자 "조용히 하세요"라며 책상을 내리쳤다. 역시 그게 본모습인 것이다.

북한의 돌변은 하루 사이에 이뤄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지난 4일 청와대를 향해 '세 살 난 아이', '겁먹은 개'로 비유하고 '저능하다', '바보스럽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벌어질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살갑게 대하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김정은은 다음날 친서를 보내 문 대통령 건강을 걱정하며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9일 북동쪽 동해상으로 미사일·방사포 10여발을 발사했다. 혼을 빼놓는 것은 '동일 업종'의 특징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하늘을 속인 죄를 받고 있지만, 후자는 3대가 지나도록 아직 건재하다는 점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