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계자연기금(WWF)은 2년마다 '살아있는 지구보고서'(Living Planet Report)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2012년 척추동물 28%가 멸종했고, 2018년 60%가 멸종했다고 발표한다. 멸종속도가 너무 빠르다. 아울러 유엔은 2019년 5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관한 과학정책 플랫폼'(IPBES)의 보고서를 통해 지금 여섯 번째의 대멸종기가 시작되었다는 충격적 전망을 내 놓았다.
과거 6500만 년 전 혜성이 충돌하여 지구는 다섯 번째 대멸종을 겪었다. 당시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과 생명체들이 멸종했던 사건이 지금 다시 시작되었다고 유엔과 과학자들이 경고한다. 그 원인이 온실가스이고, 기후위기라고 하니 놀랍고 두렵다.

몽골에서 일어난 멸종에 관한 이야기다. 20년 전, 몽골에는 '자그'라는 나무가 풍부했다. 자그는 특히 고비사막에 많았는데, 독성이 강한 소금을 흡수해서 먹을 수 있는 소금으로 바꾸어 잎 속에 저장한다. 자그는 고비사막의 낙타와 곰이 좋아하는 먹이다.

그런데 15년 전부터 몽골에 찾아 온 2℃ 상승의 기후위기로 자그가 멸종했다. 이 식물이 사라지자 몽골 고비사막에만 사는 '고비 곰'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그 곰이 과거에는 1000마리가 살았는데, 지금은 30마리만 살아 있다. 문제는 또 나타났다. 낙타를 키우는 유목민들이다. 낙타의 먹이인 자그가 사라지자 낙타의 개체수도 줄어들었다. 낙타에 의존해온 다수의 유목민들이 유목을 포기하고 고향을 떠났다. 이것은 기후위기가 일어난 몽골에서 내가 경험한 멸종이야기다. 식물이 멸종하면 동물과 사람도 함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매년 14만종의 척추동물이 멸종으로 사라지고 있다. 멸종이 지구촌에 퍼지고 있다. 그 원인은 기후위기이고 온실가스다. 2017년 9월 미국 MIT 연구팀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여섯 번째 멸종보고서'는 바다에 3100억t의 온실가스가 쌓이게 되면 여섯 번째 대멸종의 문턱을 넘어선다고 한다. 뒤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뿜어대면 2100년의 바다에는 5000억t의 온실가스가 쌓인다고 예측한다.

지금 인류는 대자본을 중심으로 해마다 500억t의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30년 뒤의 바다에 3100억t의 온실가스가 축적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류는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기후위기는 전쟁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얼마 전 한국 전쟁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50년 6월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온다는 소식이 라디오로 전해졌지만, 서울 사람들 대다수가 피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설마 전쟁으로 죽기야 하겠어?'하면서 근거 없는 낙관으로 피난을 미룬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사흘 후 인민군 탱크가 나타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늦게 피난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기후위기도 이 전쟁과 닮아 있다. 닥쳐올 위기를 알리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어도 '설마 내가 사는 곳에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겠어?'하고 무시하고 싶어 한다. 이러는 동안 우리는 해결할 시간을 놓치고 있다. 이것이 기후위기의 현실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예고된 지금, 우리가 미리 전쟁에 대비하듯이 멸종 원인인 기후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우리 세대만을 지켜내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또 소중한 지구 생명을 지켜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지구생명의 대멸종이 시작되면 우리 인간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 여기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이 의문에 빠르게 대답해야 한다. 기후위기 전쟁은 이미 터졌고 멸종에 대비할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