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뿌리깊은 가부장제 들추고 싶었죠"
▲ 정승오 감독은 "가부장제의 잔재를 없애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구상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의 화려한 업적과 함께 2019년 한국영화의 저력과 다양성을 보여준 또 다른 작품이 있다. 인천을 배경으로 촬영한 독립영화 '이장'이다.

'이장'은 지난해 제35회 폴란드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신인 감독 경쟁 부문 대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가 수여하는 넷팩상 등 17개 국내외 영화제에서 초청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장을 만든 정승오 감독은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그런 만큼 인천 구석구석은 그에게 좋은 영화촬영지가 되어 주었다. 뛰어난 작품성과 함께 극 중 인천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 '이장'의 정승오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로 당초 3월5일 예정됐던 이장의 개봉이 미뤄졌다
한차례 연기되면서 3월 말쯤 개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다. 배급사와 함께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약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는 5남매 이야기다. 왜 가부장제를 꺼내 들었나
우리집도 제사를 지냈는데 사촌누나들과 어머니는 절하지 않았던 어릴 적 기억이 있다. 아버지에게 이유를 물으니 "여자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누군가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의미있는 의식을 행하는 과정에서 준비와 뒤처리는 여성이 맡지만 결정적인 역할은 남성만 참여하는 아이러니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시대가 바뀌며 강력했던 가부장제도는 옅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나와 나를 둘러싼 내 삶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그것을 목도할 때가 있었다. 형태와 강도만 바뀌었을 뿐 한국인의 정서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가부장제와 관련된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다.


#인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이유는
부평에서 태어나 신촌초와 산곡남중, 부광고등학교를 나왔다. 인천 곳곳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됐다. 거의 모든 내 영화를 인천에서 촬영했다. '이장'에는 강화와 인천가족공원, 인하대, 영종도 등이 등장한다.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가부장적인 큰아버지의 고립된 성격을 표현하기에 강화의 한적한 시골집이 제격이었다.


#드라마나 영화들에 나오는 인천이 범죄도시나 과도하게 낙후된 곳으로 비춰진다는 지적도 있다
동의한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작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인천을 샅샅이 살펴보면 선택지가 정말 많다.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전원과 이국적인 미래지향적 도시가 공존한다. 다른 작품들에도 이런 매혹적인 인천의 모습이 많이 담겼으면 좋겠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소설이 원작인 작품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시나리오부터 연출, 제작, 편집을 모두 스스로 하고 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