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  

침대처럼 사실은 마음이란 너무 작아서
뒤척이기만 하지 여태도 제 마음 한번 멀리 벗어나지 못했으니
나만이 당신에게 다녀오곤 하던 밤이 가장 컸습니다
이제 찾아오는 모든 저녁의 애인들이
인적 드문 길을 한동안 잡아들 수 있도록
당신이 나를 수습할 수 있도록
올리브나무 세 그루만 마당에 심었으면

진흙탕을 걷어내고
진흙탕의 뒤를 따라오는 웅덩이를 걷어낼 때까지
사랑은 발을 벗어 단풍물 들이며 걷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어디 사는지 나를 찾지도 않았을
매 순간 당신이 있었던 옹이 박힌 허리 근처가 아득합니다
내가 가고
나는 없지만 당신이 나와 다른 이유로 울더라도
나를 배경으로 저물다 보면
역 광장 국수 만 불빛에 서서 먹은 추운 세월들이
쏘옥 빠진 올리브나무로
쓸어둔 마당가에 꽂혀 있기도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올리브나무로 내 생애 들러주었으니
이제 운동도 시작하고 오래 살기만 하면,

▶내가 가고도 훗날 올리브나무로 내 생애의 배경으로 남아있을 사랑하는 이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겠다. 사랑이란 때때로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매 순간 당신이 있었던 옹이 박힌 허리 근처가 아득"해지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다. 이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살았고 앞으로도 살 것이다. 따뜻한 손, 작은 어깨라도 그저 토닥거려주고 그윽하게 바라봐주던 눈빛, 그 눈빛들이 내 배경이 되고 언덕이 되었던 세상. 그러나 지금, 세상이 온통 바이러스로 피 흘리지 않는 곳이 없다. 바이러스가 덮친 세상도 고통스럽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지역과 지역이, 이웃과 이웃이 경계하고 침묵하는 눈빛들이 더 버겁고 고통스럽다. 괴질이다. 마음이 괴질이고 눈빛들이 괴질이다. 바이러스가, 반목과 불안이, 서로가 서로에게 향한 손가락질들이 괴질이다. 내가 딛고 사는 이 땅, 내가 어우러져 기대며 사는 이웃,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들이 결국은 내 삶의 바탕일텐데….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내 안의 사랑과, 내 안의 자비와, 내 안의 연민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고 산다. 내가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 땅이, 내가 기대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 멀리까지 가버리기 전에 이제는 더 이상 차가운 눈빛들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고통과, 이 불안과, 이 어려운 순간들은 머지않아 끝날 것이다. 다시 봄은 올 것이고, 꽃은 필 것이다. 머지않아 동은 틀테고 아침은 올 것이다. "발을 벗어 단풍물 들이며 걷는" 마음으로 서로의 등을 토닥거리며 이 어려움도 함께 사랑의 힘으로 견뎠으면 좋겠다. 모두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하는 아침이다.

/시인 주병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