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코로나19 소식으로 도배되는 가운데 느닷없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일시정지된 남북관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3일 늦은 밤 김여정의 담화는 문재인 정부를 놀라게 했다. "겁먹은 개" "저능한 사고" 등 그 표현이야 그간 북의 매체 등에서 볼 수 있어 새삼스럽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김여정의 담화였기 때문이다. 김여정이 누구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때 특사로 와서 김정은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청와대에서 문재인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던 당사자였다. 그 입에서 거친 언사가 담긴 담화가 나온 것에 대해 모두가 당혹했을 법하다.

남쪽에서 이와 관련한 해석과 진단이 아직 끝나지 않은 다음 날, 김정은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날아들었다. 코로나19와 사투하고 있는 문재인대통령과 남녘동포들을 위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어르고 뺨친다'는 말이 있듯이 하루 차이로 맹렬히 비난하더니, 위로 친서라니 … 북의 본심이 과연 무엇일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담화가 나온 전후 배경과 문맥을 자세히 살펴보면 교착된 현 남북관계를 풀어낼 고리를 찾아낼 수도 있다.

김여정의 담화는 최근 북의 군사훈련에 대한 지난 3월2일 청와대 논평에서 비롯되었다. 일상적인 북 자체의 군사훈련에 대해 남측이 "강한 유감" "중단 요구"니 하는 논평은 북의 입장에서는 정말 주제넘고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그간 남북, 북미간의 합의를 어긴 것은 바로 남과 미국이었다. 미국은 하노이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트럼프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9·19 평양 군사분야 합의에 의거하면 남북은 '단계적인 군축'을 해 나가기로 한 바가 있지만 남은 지키지 않았다. 2020년 예산을 보면 국방예산이 처음으로 50조원을 넘는 등 대폭 증액되었고, 한미군사훈련 비용으로 300억원을 편성해 놓았다.

김여정 담화의 핵심은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는 없을까" 바로 이것이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는 미국의 간섭을 뿌리치고 남이 북과 함께 자주적으로 돌파하자는 얘기다. 이 담화는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육성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올 들어 통일부와 문재인정부는 금강산관광 대신 미국의 간섭을 우회하는 '개별관광'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거기에 미국의 의견을 타진하기 위해 당국자들이 미국에 가자, 북은 선전매체를 통해 "외세에 구걸하지 마라 … 문제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우리 민족"이라며 질타한 바가 있다.

이번 김정은위원장의 친서 내용 중 주목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이 담겼다는 것이다. 11월 대선에 본격 뛰어든 트럼프대통령은 올해 새로운 북미간 접촉은 없다고 사실상 선언했다. 그렇다고 당사자인 남북이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난 2018년 5월26일 판문점에서 난항에 빠진 북미정상회담을 복원하기 위한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적이 있다. 바로 지금이 그 시기다. 남북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제쳐야 한다. 미국의 제재와 간섭을 우회하는 소극적인 방안이 아니라 5·24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 연결 등을 포함하는 전면적인 교류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성재 노동희망발전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