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0.292로 기준치인 0.5 못미쳐...2018년 건조 무산 후 두번째 고배

인천을 모항으로 두고 있는 국내 최초 쇄빙선 '아라온호'를 이을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가로막혔다.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2쇄빙선 건조가 무산된 건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으로 극지연구 역량을 높인다던 해양수산부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8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보면, 제2쇄빙선 사업은 종합평가(AHP)에서 평점이 0.292에 그쳤다. 사업 시행 기준치인 0.5에 못 미치는 점수다.

보고서에는 "종합 결론에서 평가자 10명 중 10명 모두 '미시행'으로 평가했다"고 적혀 있다.

종합평가는 과학기술적·정책적·경제적 타당성 등 3개 항목으로 분석됐다.

과학기술적 타당성 평점은 0.262, 정책적 타당성 평점은 0.374에 머물렀다. 경제적 타당성 평점도 0.201로 낮게 나타났다.

제2쇄빙선 건조는 지난 2018년 KISTEP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AHP 평점이 0.291로 나와 사업이 보류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차례 '극지 투자 확대'를 강조하며 제2쇄빙연구소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해수부와 극지연구소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2722억원을 들여 1만1500t급 제2쇄빙선을 건조하려고 했다. 연구원 66명을 포함해 100명이 승선할 수 있는 규모다.

KISTEP는 보고서에서 "독일 2만7000t급, 호주 2만5500t급, 중국 1만3990t급 등 쇄빙선이 대형화하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면 건조 사양이 과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불분명한 활용 수요를 구체화하고 이와 연계한 사업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국내 쇄빙선은 2009년 취항한 아라온호가 유일하다.

인천을 모항으로 삼은 아라온호는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극지연구소를 기반으로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연간 300일 넘게 운항하고 있다.

해수부는 최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극지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를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해수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며 "연구소도 이에 맞춰 기획과제로 건조 사업 계획을 다시 수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