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외교 1번지 상징성 커 위기감 고조…관공서 등 '컨틴전시 플랜' 비상
트럼프는 "걱정안해" 대선 악재될라 표정관리…위기감 고조 속 충격파 커질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급기야 미국의 심장부 수도 워싱턴DC도 7일(현지시간) 방어선이 뚫렸다.

    코로나19가 서부에서 점차 '동진'하며 급속도로 퍼져온 만큼 워싱턴DC도 예외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왔지만 미국 수도이자 세계 정치·외교 1번지로서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사태 추이에 따라 파장이 예고된다.

    워싱턴DC에는 백악관과 각종 관공서, 금융기관, 의회, 전 세계 각국의 대사관 등이 밀집해 있다.

    지방 차원을 넘어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컨틴전시 플랜(비상사태 대응계획)' 수립 등 초비상이 걸리게 된 셈이다. 워싱턴DC가 여야 간 예산안 합의 지연으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맞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지만 전염병 여파로 수도의 업무가 영향을 받게 된다면 이는 초유의 일이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워싱턴DC 및 그 인근 지역에서 3명의 코로나19 사례가 보고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워싱턴DC 내 첫 '양성 추정 환자'인 50대 남성과 워싱턴DC 방문 중 코로나19 증세를 보여 인근 메릴랜드주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입원 중인 사람, 그리고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포트 벨보아의 해병 등이다. 미국 안에서 발생한 미군 환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더해 지난주 워싱턴DC 인근의 메릴랜드 주 포트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자 1명과 이번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유대계 이익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정책 콘퍼런스 참석자 최소 2명이 각각 양성 판정을 받았다.

    두 행사 모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치권의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했었다. CPAC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모두 워싱턴DC에 접한 생활권이다.

    앞서 지난 5일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워싱턴DC가 뚫리는 일은 '시간문제'로 여겨져 오긴 했지만 막상 현실화되자 워싱턴 관가와 정가, 외교가 등은 긴장감과 위기감 속에 대책 마련에 들어간 모양새이다.

    먼저 각 정부 부처를 비롯한 관공서와 의회, 싱크탱크 등의 경우 비상 근무 매뉴얼이 가동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각종 콘퍼런스 취소와 출장 등 외부활동 축소가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재택근무 및 화상회의 등 근무환경의 변화 및 일정 부분 업무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워싱턴DC에 자리 잡은 금융기관들도 금융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컨틴전시 플랜'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통화감독청(OCC) 등을 예로 들어 각 기관의 움직임을 보도했다.

    다만 이 보도는 바우저 시장이 워싱턴DC 내 첫 양성 추정 환자 발생을 발표하기 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실제 대비 움직임은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다음달 17~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예정돼 있던 춘계 회의를 화상회의 방식으로 이미 대체한 상태이다.

    상임위와 본회의 등 정치권의 의정 활동 등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수도 워싱턴DC가 '업무정지'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통령 가족과 백악관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백악관 비밀경호국도 비상 모드이다.

    수도가 뚫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책임론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실기'와 '실책'들로 통제 불능의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추이에 따라 경제 등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고개를 든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을 '자화자찬'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백악관을 향해 보다 더 가깝게 다가오는데 걱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대규모 정치 집회 개최 등 선거 캠페인을 예정대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장을 축소하며 불안감을 불식시키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코로나19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해 수도 워싱턴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 국면에서 그야말로 초대형 악재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플로리다 팜비치의 개인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급속 환산한 이날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의 업무만찬을 빼고는 별도 공식 일정 없이 골프라운드를 했다.

    일각에서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과 여행경보 상향 등 추가 조치들이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한국, 이탈리아발 여행자들에 대한 출국시 의료검사에 이어 입국시 의료검사방침도 밝힌 바 있다.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