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로 한때 분교전환 걱정
돌파구 마련차 2012년 9월부터 시작
현재 전교생 중 87% 외부 유입 성과
천연잔디 운동장·썰매장 등 만들어
하루 2시간 이상 놀이시간 보장 눈길
부모님과 휴일에 학교로 놀러오기도
유능·자유·좋은 인간관계 교육목표
독서 장려·지역 요양원 봉사활동도

 

▲ 작은 동물원에서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

 

 

"우리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동산이고 어른을 위한 휴식공간이다."

평택 삼덕초등학교는 휴일에도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학교에 놀러 온다.

학교의 작은 둘레길에서 낙엽을 밝으며 걷기도 하고 동물원에서 동물에게 먹이도 준다.

둘레길 끝에는 제설기가 있는 눈썰매장이 있어 눈이 오지 않더라도 썰매를 탈 수 있다.

눈썰매장이 여름에는 잔디썰매장으로 운영되고 동산으로도 활용된다.

동산 밑에는 터널이 있어 아이들이 숨기 장난을 하거나 비밀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제설기는 무더운 여름날에 무더위를 식혀주는 분무기 역할도 하고 있다.

몇 년 전 학교 통폐합의 위기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최중필 평택 삼덕초등학교 교장은 "교육공동체가 합심해 '우리 아이가 사랑한 학교'를 만들자는 꿈이 담겨 있다"며 "사랑한다는 것은 만족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삼덕초등학교 오케스트라는 아이들의 음악적 감성을 키우기 위해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최 교장은 "교육공동체에 자긍심을 북돋아 주는 최고의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오케스트라는 2016년 학생수 감소로 학교가 통폐합의 위기에 있을 때 교육공동체가 똘똘 뭉치는 구심점의 역할을 했다.

졸업생들이 재학생들에게 "오케스트라를 잘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고 떠날 정도로 학생들의 오케스트라에 대한 애착이 크다.

오케스트라는 3~6학년 전체 학생이 참여하고, 1~2학년은 예비반으로 타악기와 플롯, 클라리넷, 트럼펫을 배운다.

삼덕초등학교가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하는 혁신학교가 된 것은 2012년 9월이었다.

당시 학교의 학생수는 52명이었다.

학생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근무하고 있던 선생님들은 학교의 분교전환을 걱정했다.

이에 도시로 떠나는 학생을 줄이고 인근 청옥 신도시의 학생들을 유입하기 위해서 혁신학교를 시작하게 됐다.


▲유능, 자유, 좋은 인간관계

어린이는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삼덕초등학교의 기본 철학이다.

현재가 행복해야 미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행복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방법을 교육하는 곳이 드물다.

최 교장은 "행복의 3대 조건은 유능, 자유, 좋은 인간관계이고 신체와 영혼이 구속되어서는 행복할 수 없다"며 "이웃이나 가족 간에 사이가 좋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으므로 행복하려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덕초등학교는 유능, 자유, 좋은 인간관계 세 가지를 키워드로 교육의 목표를 세웠다.

첫째, 유능은 독서를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

독서통장을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게 배부해 독서를 장려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학부모들이 교실을 방문해 책 읽어주는 활동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외에도 작가와의 만남, 책이야기 공연, 독서골든벨, 매일 아침 10분 책 읽기를 운영해 학생들에게 책과 접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고 있다.

학교신문도 매 학기 발행해 6년째 이어오고 있다.

둘째, 자유는 놀이를 통해서 느끼게 한다.

최 교장은 "아이들은 놀 권리가 있으며 어른들은 아이들이 하루에 두 시간 이상 놀 권리를 보장해 공부의 압력으로부터 찌들지 않게 해야 한다"며 "놀이의 장점은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인지적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삼덕초등학교는 학교 뒷마당에 민속놀이마당을 만들고 농구장을 우레탄으로 만들어 농구뿐만 아니라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했다.

또한 축구장은 천연잔디로 만들어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안전한 곳이 됐다.

셋째, 좋은 인간관계는 공감과 배려, 봉사를 통해 익히도록 교육한다.

교사 모두가 행복교육에 대한 연수를 받고 있으며 행복교과서를 채택해 교장과 교사가 분담해 행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평택노인요양원과는 자매결연을 맺어 매년 위문공연과 위문품을 전달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즐거움을 전해드리며 학생들의 봉사정신을 키우고 있다.


▲혁신학교의 성과

현재 삼덕초등학교의 학구의 학생은 17명이다. 분교 수준이지만 정상적인 학교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87% 학생들이 외부 학구에서 삼덕초등학교를 선택해서 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장은 "이 자체가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학생수가 늘어서 1학년이 두 개 학급으로 증설됐다.

담임과 교과담임도 한 명 더 충원됐고 삼덕초등학교를 희망해서 전입한 선생님들이 늘고 있어 생기 넘치는 학교로 변모하고 있다.

2019년 학부모 설문결과에 의하면 100% 학부모들이 혁신학교가 지속하기를 바라고 있고, 자녀가 학교에 만족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한다고 답했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사진제공 =평택 삼덕초등학교



 


 


인문고전 교육·동물원 운영 정신적 힘 배양

독서교육 중 책 출간 기념행사(왼쪽). 학생자치회에서 운영하는 양심문구점.

 

외부강사 초청 특성화수업 병행


삼덕초등학교는 올해 정신적 힘을 키우고자 한다.

그동안 해왔던 독서교육을 인문고전에 초점을 두고 교육할 예정이다.

인문고전은 정답이 없는 미래사회에 질문을 제기할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학교의 생각이다.

또한 학생자치회의 건의를 받아 작은 동물원을 만들었다. 오리, 강아지, 토끼, 고양이를 기르고 있으며 학생자치회에서 관리자를 뽑아 동물관리를 한다.

부족한 부분이나 방학 중에는 교직원이 관리한다.

최중필 교장은 "작은 동물원은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동물들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학생자치회에서 양심문구점 운영한다.

양심문구점 운영은 전교부회장의 공약사항이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학부모자치회는 2014년 남한산초등학교 학부모자치회 견학 후 안 쓰던 관사를 자치회실로 바꿔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했고 예산도 주변보다 3배를 들여 체계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학부모자치회는 별똥별 캠프를 5회째 주최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행사다.

이 외에는 학부모자치회에서는 알뜰시장을 연 2회 주최하고 있다.

최 교장은 "모범 혁신학교의 공통점은 학부모자치회가 활성화가 되어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학교도 학부모자치회의 역량이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체연수를 통해 빛그림 공연을 하고 있으며 신입생 학부모들에게는 오리엔테이션을 담당하는 학부모 문화를 만들고 있다.

삼덕초등학교는 당당하게 질문하고 남다르게 재능을 키우기 위해서 외부강사를 수업시간에 초청한다.

수업시간에는 인라인스케이트, 외발자전거, 수영, 미술, 농구, 코딩교육을 방과 후 시간에는 오케스트라, 축구, 공예, 요리, 로봇과학부를 무료로 운영하며 진로교육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


 


[최중필 교장 인터뷰]
 

"공공문화시설 연계 교육 인프라 필요"

▲ 최중필 삼덕초등학교 교장.
▲ 최중필 삼덕초등학교 교장.

최중필 교장은 "삼덕초등학교의 혁신은 그동안 겨울잠을 자고 있다가 이제야 싹이 트고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방탄소년단, 이란의 대장금 90% 시청률,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등 한류의 기운이 넘치듯 우리학교도 아이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의 기운이 넘치는 학교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덕초등학교는 현재 혁신학교 지원금, 소규모 학교 지원, 농어촌 방과후 학교 지원, 학교특색활동 지원 혁신교육지구 지원 등 교육청 및 평택시의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최 교장은 "평택지역은 전반적으로 문화기반 시설이 미흡해 우리 친구들에게 보다 많은 경험을 주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평택시 단위의 장기적인 공공교육 문화시설의 확충과 학교와의 교육연계를 넓혀 우리 아이들이 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과 농촌 간의 교육격차가 크고 학교 이외의 학원 및 교육시설 등이 부족해 학생들의 방과 후 교육활동을 지원할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라며 "학교 자체적으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어려워서 교육청, 시청, 학교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끝으로 "시민참여형 교육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구성원(학생, 학부모, 교사 등)들의 의견을 수렴해 평택시 혁신교육 방향을 설정하고 주체별 역량을 강화해 성장시키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