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탄소 제로 사회로 가는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인천시청과 시의회, 교육청 앞에서는 연일 기후위기비상선언을 촉구하는 일인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에 앞장 선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주장이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번진 운동의 효과이다. 그들의 요구는 단 하나 '우리에게서 미래를 앗아가지 말라!'이다. 지금처럼 살아가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는 각성이다. 청소년들의 요구를 어른들이 받아 함께 하는 운동이 바로 기후위기비상행동이다.

인간이 정착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 이래 1만년 동안 유지되어온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사회경제적 활동에 의해 200년 사이에 평균 1도 정도 올랐다. 1도 정도 오른 지금 지구에는 수많은 기상이변과 천재지변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심해지리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전문가 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를 1.5도씨 이내로 억제해야만 인류에게 미래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일의 MCC 기후전문가 그룹은 1.5도씨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시간이 불과 8년 정도밖에는 남지 않았다고 예측한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편리를 위한 사회경제활동에 의해 촉발되었다. 지난 200년간 인류는 화석연료를 동력으로 사용했는데 화석연료는 몇 억년 동안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축적한 탄소결정체이다. 산업의 핵심은 에너지인데 에너지로 사용하는 화석연료는 그 과정에서 열과 이산화탄소를 발생하고 이는 바로 지구온난화를 가져왔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석탄을 원료로 쓰는 발전소를 폐쇄하기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내연기관을 조기에 없애려고 한다. 석탄이 사라지는 자리에는 태양광과 풍력이, 석유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을 수소와 전기로 대체하려 한다.
또한 무역에 있어서는 관세에 더해 석탄세를 신설해 석탄을 에너지로 이용하는 제품의 국가간 이동을 제한하려 한다.

우리나라에는 석탄발전소 60기가 가동 중이다. 60기 중 6기가 인천 지역에서 가동하고 있고, 석탄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발전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35%이고 그 중에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7%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를 지속시키려면 탄소제로 경제를 실현해야만 한다.
석탄을 이용하는 이유는 발전원가가 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기료가 싸야 전기를 많이 이용하는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등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의 투자자문 및 자산관리 회사에서는 균등화발전원가(levelized cost of energy, 전기를 생산하기위한 시설의 건설부터 폐기까지 들어간 모든 비용을 발전 용량으로 나눈 값)를 비교하면 이미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석탄을 앞서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석탄이나 화석연료와 관련한 사업에 투자를 중지하고 기존 자산의 가치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이너스가 되는 좌초자산으로 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뜻이다.

세계적 추세에 따르면, 가격경쟁을 위한 석탄발전이 수출의 앞길을 막아서고 결국에는 국가 경제와 지역경제를 망칠 뿐이다. 석탄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는 단지 몇 년, 길어야 십 몇 년의 유효기간에서만 타당하다. 석기시대를 살펴보면 깬 석기를 아무리 개선해봐야 간석기가 될 뿐이다. 청동기가 돌보다 무르다고 배척하다가는 청동기를 넘어서는 철기시대를 맞이할 수 없음을 역사가 보여준다. 석탄과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화석에너지의 경제를 뛰어넘는 탄소 제로 사회가 한국 경제와 인천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돌이 부족해 석기시대가 사라진 것이 아니며, 덩치가 작아서 네안데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에 밀려 사라진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지금은 미래의 역사를 열어젖힐 때이다.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