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유류저장고 오염...20년만에 사업 마무리

 

인천의 진산인 문학산이 반세기에 걸친 토양오염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1960대까지 문학산에 주둔했던 주한미군의 유류저장시설로 인한 오염이 확인된 지 20년 만에 정화사업이 마무리됐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오염 현장을 조사하고 직접 정화한 국내 최초 사례로 꼽힌다.

인천시는 문학산 오염 토양 정화사업을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오염 정화가 끝난 지역은 8206㎡ 면적이다. 산림과 도로, 학교 운동장 등지에까지 퍼진 오염 토양에선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27배까지 측정됐다. TPH는 경유·등유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 성분이다.

해당 지역에선 벤젠, 톨루엔 등 발암물질도 기준치보다 각각 10배, 6배 높은 수치가 나왔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14년부터 6년간에 걸쳐 5가지 공법을 적용해 오염 토양을 정화했다.

문학산에는 1953년부터 1968년까지 주한미군이 주둔했다.

오염 지역에는 미군 유류저장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양오염은 지난 2000년 인천녹색연합의 문제 제기로 불거졌다. 인천시와 환경부의 실태조사를 통해 저장시설에서 누출된 유류로 주변 지역이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토지 소유자인 연수구 비용 부담으로 2003년 일부 부지가 정화됐지만, 2012년 인근 수인선 공사 현장에서 또 다시 유류오염 문제가 터졌다.

환경부는 2014년 '토양환경보전법'을 개정해 국가가 오염 정화에 나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문학산 정화사업에 국비 115억원을 투입했다. 정화 완료 지역에선 내년 12월까지 사후 모니터링이 진행된다.
방극호 시 환경정책과장은 "시민사회단체의 환경 감시와 문제 제기에 이은 민관 협력으로 수면 아래 장기간 방치될 수 있었던 문학산 토양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50년 전 발생한 토양오염을 국가가 조사하고 정화한 첫 사례로 의미가 크다"면서도 "인천시는 토양오염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양환경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