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컴백' 가수 양준일 에세이
▲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모비딕북스, 288쪽, 1만8000원

"이 책으로 삶의 본질을 갈구하는 여정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그 생각들이 매우 본질적인 것과 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영원을 향하고 있으니까요." ('서문' 중에서 13쪽)

<양준일 MAYBE-너와 나의 암호말>은 팬들의 요청으로 시간을 거슬러 우리 곁으로 돌아온 '시간 여행자' 양준일의 첫 번째 책일 뿐 아니라 19년만에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재개하며 그가 세상에 처음으로 내 놓는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양준일은 춤과 노래를 좋아하던 미국에서의 어린 시절과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불운 탓에 재능을 만개하지 못하던 20~30대, 서빙과 청소 등 육체 노동으로 가족을 부양하던 최근까지의 에피소드와 그동안의 좌절과 상처를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과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있었던 오랜 생각을 나눈다.

이 책은 챕터 구분도 순서도 없다. 짤막한 단어를 제목 삼은 90여개의 토막 글은 앞으로, 뒤로, 또는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무방하다. 글의 주제는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에도 양준일을 단단하게 지탱해온 그의 생각과 가사에 담긴 의미 해석, 그리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양준일의 개인사와 가족 이야기 등이다.

양준일은 자신을 향하던 부모의 벅찬 기대와 활동 공백기에 다시 음악을 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 온라인 채팅으로 처음 만난 아내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 이유,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 '타잔(별명)'에 대한 애틋한 부정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최초로 공개한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늘 밝은 빛을 향하는 양준일의 말과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출생부터 지금까지 그에게 일어난 주요 사건을 정리한 연표는 양준일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팬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선물이다.

외로움과 사랑, 진실, 용서, 행복, 평화, 영원 …. 양준일이 이 책에서 전하는 '생각'들은 현자의 이야기를 옮기거나 허공에서 건져낸 잠언이 아니다.
삶의 아픔과 무게가 자신을 짓누를 때마다 양준일은 'Maybe that's not it.(아마도 이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제목도 그 말에서 따 온 것. 그에게 'MAYBE'는 확실한 것을 뒤집을 수 있는 '희망'을 지닌 단어다.

양준일이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은 여러 영적, 철학적 지도자의 이야기와 글이었다. 살아가며 그 가르침은 그의 일부가 되었고, 그렇게 천천히 자기 안에서 소화시킨 진리와 진심을 양준일은 풍부한 예화를 곁들여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전한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