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의학' 가장 방대하게 다뤄
▲ '섬용지' 삽화 중 질그릇 빚는 과정

 

섬용지(贍用志) 4권: 집 짓는 법에서 각종 기구 사용법까지 가정의 생활과학정보를 담았다. 가옥의 구조와 건축기술, 도량형, 각종 작업도구를 설명한다. 또한 생활도구와 교통수단 등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중국식과 조선식을 비교하는 내용도 많이 담겨 있는데, 특히 집을 짓는 제도와 도구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다. 선생은 이 글에서 조선의 여러 가지 생산, 운반 등을 포함하는 경제활동에 활용하는 도구들이 매우 적당하지 않음을 비판하면서, 척도의 통일 등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권3은 여복(女服, 여자 옷), 재봉제구(裁縫諸具) 따위 복식지구(服飾之具)인데 선생이 이러한 것까지 다루었다는 게 놀랍다.

보양지(養志) 8권: 도인술, 양생술 따위다. 선생은 도인술을 대부분 도교의 신선술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이 도인술은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려는 의도였다. 일종의 의료서로 당시 실학을 하는 이들은 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아래는 권4 '수진'에 보이는 글이다.

"사람은 음양의 기를 품부 받아 태어나기에 그 본래의 처음에는 조금도 흠결이 없었다. 한 번 사물과 교접하게 되면 하늘로부터 받은 기운이 점차로 칠정에 의해 소모되고 이 때문에 기가 막히고 혈이 엉기어 병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옛날에 군자는 도를 보아 분명히 알아서 기를 기르는 것을 말하여, 집의(集義, 올바른 일을 매일 실천함)의 공을 행하게 하였다. 반드시 먼저 곰이 목을 빼고 새가 깃을 펴게 하며, 시선을 거두고 청각을 되돌리며 도인(導引, 호흡을 통한 건강법)으로 관절을 펴게 한다. 관절이 통하면 한 기(氣)가 상하를 유행하게 한다."

선생은 '도인료병제방'의 머리말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에는 이렇게 말한다.

"현가(玄家)는 도인을 귀하게 여기고 약석(약)을 싫어한다. 속세의 선비는 약석을 친하게 여기고 도인을 어리석게 본다. 나는 홀로 산림에 살거나 잡초 우거진 외딴 곳에서 생활하며 평소에 의학을 공부한 적이 없고 또한 침구조차 갖추지 못하여 하루아침에 질병이 생겨 손쓸 바를 알지 못해 끝내 요절을 면치 못하고 수명을 재촉하고야 마는 사람들을 근심하였다. 이 어찌 한스럽지 않겠는가? 지금 수양가들이 말한 도인을 통한 치료 방법을 취하여 번잡한 것들은 제거하고, 핵심적인 것을 뽑아 종류별로 나누어 모았으니, 노편(盧扁, 춘추전국 시대에 노(盧)지방에 살았던 명의 편작(扁鵲))의 여러 약 처방하는 방법을 구할 필요없이 우리 몸에 되돌려 고질병을 드러내 질병을 없앨 수 있으니, 장차 농부와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이는 저절로 성인의 은혜로운 처방이다."

일종의 애민 사상이다. 궁벽한 시골에서 의학을 공부한 적도 없고, 침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농부들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다. 선생은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는다. 도인을 통해 오래 묵은 고질병도 없앨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그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고는 하나하나의 예를 들어 설명하니 이렇다.

"일체의 잡병을 다스리는 방(治一切雜病方): 몸을 단정히 하고 앉아 양 손으로 무릎을 누르고 좌우로 몸을 붙잡아 기를 돌리기를 14회 한다. 일체의 잡병을 다스린다.(一以身端坐 兩手按膝 左右身 運氣十 四口. 治一切雜病)"

인제지(仁濟志) 28권: <임원경제지> 16지 가운데 가장 방대한 분량으로 전체 분량의 4분의 1에 달한다. '인제지'는 본격적인 치료 의학서로 '인제'란 백성에게 혜택을 널리 베풀고 어려움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선생은 '인제지인'에서 '실제로 사람을 구제하는 효과를 지닌 것은 오직 의약뿐'이라고 할 만큼 이 부분에 관심을 쏟았다. '인제지'는 <동의보감>보다도 21만자 더 많은 분량이다. '보양지'와 함께 양생과 예방, 치료 두 부분에 관해 당대 의학을 집대성하였다. 예를 들어 '내인(內因)' 권1~3은 아래와 같다.

"'내인(內因)'은 권1~3으로 음식·술·과로에 몸이 상함, '몸의 정기와 기혈이 허손해진 증상, 간질, 잠이 적은 증상, 벙어리, 이에서 피가 나는 증상 따위' 질환과 치료법이다. 술을 깨는 방법 중, '소금으로 치아를 문지르고 따뜻한 물로 입을 헹구어 삼키면 서너 번 만에 개운해진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기생충'도 다루었다."

약 종류 중에는 근근채(菫菫菜)가 흥미롭다. '근근채는 밭과 들에 자라는데 싹이 처음에는 땅에 붙어서 자란다. … 싹과 잎을 채취하여 데친 후 물에 깨끗이 씻어 기름과 소금으로 조리해서 먹는다'고 기록하였다.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제비꽃'이다. 제비꽃은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고 짓찧어서 상처나 환부에 바르면 해독, 지혈과 악창 등에 효과가 있다하며 또 피부병의 일종인 태독, 중풍, 설사, 통경, 발한, 부인병, 간장기능부진 해소 및 해독 등에 이용된다.

'코로나19'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이 전염병은 열에 약하다 한다. 어서 봄이 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피는 꽃이라서 붙여진 이 제비꽃을 보았으면 좋겠다.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