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건의료 분야의 공공성 강화 필요성이 새삼 떠오른다. 보건의료는 학교·환경·국방·치안 등과 마찬가지로 공공성을 강조하는 영역이다. 결국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공공의료 규모는 아주 작다. 국내 전체 의료시장에서 공공의료 담당 영역을 살펴보면 기관수 5%, 병상수 10%에 그친다. 대부분 민간의료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확진자 4000명대에 진입한 코로나19의 대응이 검역 강화에서 감염병 치료 체제로 전환하자, '공공의료 약화'를 걱정하는 의료인이 많다.

인천만 해도 그렇다. 인천적십자병원의 경우 2018년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바뀌었다. 공공의료 기능이 축소된 이 병원은 부족한 의료진과 열악한 시설로 감염병 전담 역할을 할 수 없다. 인천시는 코로나19 확산과 장기 유행 가능성에 대비해 가천대 길병원·인하대병원·인천의료원 등 3곳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시는 인천적십자병원에 대한 현장 실사를 벌인 뒤 감염병 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적십자병원엔 음압병상 2개가 있지만, 감염병 치료를 위한 의료시설과 인력 등 기반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적십자병원의 공공의료 기능 약화는 이미 예고됐었다. 1956년 설립돼 연간 15만여명의 소외계층 환자를 돌보던 이 병원은 만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018년 11월 급기야 응급실을 폐쇄하는 등 종합병원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 일반병원으로 전환된 후 진료 과목은 15개에서 6개로, 전문의는 30여명에서 10명으로 크게 줄었다. 응급실을 폐쇄하자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들이 먼 거리 병원으로 가는 등의 '의료 공백'을 내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보건의료는 국가 시스템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민간의료보다는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에 둬야 하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감염병 확산과 그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취약한 공공의료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지 모른다. 코로나19를 국가적 공공의료 역량을 강화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이참에 정부가 나서 인천적십자병원도 종합병원으로 되돌리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