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교수가 2009년 출판한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은 10여년 동안 베스트셀러로 한국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 교수가 1980년부터 30년간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구제금융, 대리출산, 동성혼 등 사회적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정의에 대해 답을 주지 않는다.

독자들이 책을 읽는 동안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권리와 공동선이 충돌할 때 이성적으로 어떤 판단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사지 선다형 단답식과 즉석 요리(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한 독자들은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이 책이 불편하다.

그러면서도 이 책이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한국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서로 대화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해 공공선으로 나아가라'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메시지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창궐하는 코로나19 때문에 나라 전체가 대단한 몸살을 앓고 있다.
2일 오전 10시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만 전국적으로 4212명에 달한다. 연일 확진자가 늘고 있어 이 사태가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확진자 동선 발표 시점을 놓고 선제적 예방이냐, 불분명한 정보에 의한 혼선이냐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수원과 오산시를 비롯한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는 선제적 예방 차원에서 확진자의 동선을 확진자의 진술을 토대로 일일이 발표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확진자 발표가 있은 후 불과 2~3시간 이후면 동선을 발표했다.
반면 화성시는 대응 지침에 따라 부정확한 정보로 혼선(불안감 조성)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질병관리본부의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화성시는 다른 시와 달리 확진자 발표 이후 많게는 24시간 늦게 동선을 밝혔다. 이 때문에 수원시와 화성시 경계지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동선 발표 시기는 두 도시가 서로 달랐다.

지난달 19일 화성시 반월동 한 회사에서 안양 확진자 2번(33)이 진행한 교육에 참여했던 10명 교육생 중 3명이 지난달 26~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원시 확진자 7번(39)과 9번(41), 화성시 확진자 2번(49) 등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는 신속하게 확진자 동선을 발표했지만 화성시는 확진자 동선이 확증된 이후 밝혔다. 이 때문에 화성시가 늑장 대응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이와 별도로 화성시가 지난달 24일 코로나19 감염 장소를 인지하고도 2일 뒤인 같은달 26일 폐쇄 조치하는 등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다.

선제적 대응(확진자 동선 조기발표)과 혼선 예방(동선 확증이후 발표)이라는 두가지 사안을 놓고 무엇이 정의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 같은 엄중한 시국에는 무엇이 정의인지를 따지기 앞서 각 자치단체장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각 자치단체장은 마이클 센델 교수의 말처럼 '서로 대화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해 내린 판단(공공선 위한)한 것인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사태가 진정된 이후 무엇이 정의인지는 시민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김기원 경기남부취재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