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랜만의 추위가 반가웠다. 초봄과 분간이 어려울 만큼 따뜻했던 겨울 탓이다. 겨울 같지 않은 이상기온으로 올해 겨울 스포츠업계와 각 지자체 축제는 큰 위기를 맞았다. 어린 시절, 겨울철에 친구들과 타던 논두렁썰매와 눈이 올 때 마다 각 동네별로 쌀 포대 자루로 즐기던 눈썰매가 기후변화로 재연될 수 없는 추억이 될까 걱정스런 마음이다.

지난 19일 기상청에서 발간한 '2019 이상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우리나의 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2010~2019년 연평균 평균기온은 13.0도로 평년값(1981~2010년)에 비해 0.5도 높았다. 올해 1월 전국 평균기온은 2.8도로 관련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평균 기온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여름의 시작이 빨라진다는 의미다. 기상이변이 우리의 겨울도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기상이변에 당혹감을 갖는 것은 세계 각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인도 뉴델리의 기온이 119년 만에 영상 20도 이하로 내려가서 휴교령이 내려졌고, 북아프리카 이집트에서는 100년 만에 눈이 오기도 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체감의 정도가 아니라 대재앙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6개월간 이어진 호주의 산불 악몽은 최근 10억 마리 이상의 생명을 빼앗았고, 30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채 끝났다. 누적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 복사열을 가두어 생긴 '지구 온난화'가 직·간접적 원인이라고 했다.

이러다 보니 영국 언론 '가디언'은 그동안 사용한 기후변화는 중립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정확히 드러나도록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우선하여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기후 위기로 인한 변화는 인류의 건강과 식량체계, 식물다양성 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수산업계에서는 고수온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와 피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지구온난화 정도가 2도에 이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키리바시처럼 약 3억여명이 사는 터전이 바다에 잠길 것이라는 살벌한 예측도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이미 세계의 거물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탈석탄을 비롯해 환경친화적인 '녹색'금융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투자은행(EIB)과 미국의 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악사(AXA) 등은 2021년 이후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에 대응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스위스에서 열렸던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도 '기후변화'였다. 포럼 개막 직전에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펴낸 '2020년 국제위험 보고서'는 세계를 위협하는 요인 1위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기후 위기 관련 내용이 1~5위를 모두 채운 건 보고서가 나온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위기는 우리의 생활에서 비롯됐다. 무분별하게 쓰여지는 일회용품과 소비재들. 낡아서 못 쓰는 물건이 아니라 싫증나서 안 쓰고 안 입는 것들로 쌓인 쓰레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더 편안하고 편리한 상품들은 결국 지구생명의 위기를 초래하게 됐다.

올해로 50년을 맞는 새마을운동은 지구의 생명을 살리자는 '생명살림 1,2,3운동'을 중점사업로 정했다. 유기농태양광 건설, 1㎡당 일반 나무보다 이산화탄소를 10배 이상 흡수하는 케냐프와 나무심기, 에너지와 비닐 플라스틱 줄이기를 그 추진과제로 하고 있다. 인천시새마을회는 이와 함께 올해 인천시 회원 500여명을 '생명살림운동리더'로 선정해 생활폐기물 분리수거와 계도, 주민교육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인천시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쓰레기 매립장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생활폐기물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확산시키고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지구적 위기가 계속된다면 불과 몇 년 뒤 한반도에서 겨울이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미래를 상상하지 않게 되기를. 우리 한반도의 겨울 지키기에 함께 참여해보자.

김의식 인천시새마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