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무엇이든지 세상에 처음으로 알리는 일은 버겁다. 많은 사람이 오해와 편견 등으로 마뜩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동설'을 처음 세상에 알린 코페르니쿠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전의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내놓았다. 코페르니쿠스가 생각한 지동설은 <천체의 회전에 관해>라는 제목으로 1543년 발표됐다. 당시 이 '혁명적' 주장에 대해 대부분 사람은 냉담했다. 1616년엔 로마 교황이 금서로 지정했고, 무려 440년이 지난 뒤에야 로마 가톨릭에서 공식 인정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지금까지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로 변화할 때 쓰인다. '전환'은 '혁명'과 같은 의미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처음 경고했던 리원량(李文亮)도 그렇다. 그는 지난해 12월 '괴담 유포자'로 몰려 당국의 처벌까지 받았다. 우한중심병원 의사인 리원량은 환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돼 결국 2월7일 34세로 숨졌다. 그의 죽음이 거센 분노와 비난을 불러오자, 중국 당국은 검열을 강화해 이런 분위기를 억누르고 있다고 한다. '죽은 자(者) 뭐 만지기' 식이지만, 당시 리원량의 경고를 당국에서 받아들였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지금 중국과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는 없었으리라. 늘 세상에 진실을 처음으로 밝히는 이들이 핍박을 당하는 세상을 탓할 뿐이다.

온나라가 코로나19로 비상시국이다. 감염 확진자가 이미 4천여명에 달하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에 빠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산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붐볐을 전통시장과 마트는 한산해졌고, 각종 모임이나 자치단체 축제 등은 줄줄이 취소됐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가 다녀간 시설들은 폐쇄됐으며, 감염 우려를 낳는 곳들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예의주시를 한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사투를 벌이는 국민들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혹독함을 견디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고 고맙다. 확진자가 많이 생긴 대구지역으론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몰려든다. 손님이 크게 줄어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깎아주는 '착한' 건물주도 늘어난다. '힘내라 대한민국·대구·경북'을 외치는 네티즌도 수두룩하다. 모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우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힘이다. 난국 때마다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강한 민족애에 응원을 보낸다. 걱정과 불안을 떨쳐버리고 동참과 관심을 나누었으면 싶다. 벌써 3월이다. 시련 속에서도 봄은 오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