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을 맞았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국경일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태극기를 다는 집이 많지 않다. 태극기는 나라가 어려울 때 함께 하며 민족 자존심을 높인 상징이다. 


 태극기는 관공서를 비롯한 가정과 민간기업, 단체뿐만 아니라 주요 도로변에도 단다. 국경일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청사의 경우 평소대로 24시간 국기를 건다. 가정과 민간기업, 단체는 당일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게양한다. 다만, 대한민국 국기법에 의하여 매일, 24시간 달 수도 있다.


 심한 비바람 등 자연 조건으로 국기의 존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게양하지 않는다. 일시적 악천후에는 날씨가 갠 후 또는 내렸다가 다시 게양하면 된다.


 국기의 필요성을 국가적 차원에서 논의한 것은 1876년 운요호 사건이다.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을 당시 일본이 자국 배의 국기에 대한 언급이 있은 후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국기의 필요성을 논의하게 됐다. 이후 1882년 박영효 등이 수신사로 일본에 건너갈 때 태극(太極)과 사괘(四卦)의 도안으로 의견을 모아 만들었다. 이는 일본에 가기 전 당시 조정에서 어느 정도 구상되고 논의되어 온 것을 다소 수정한 것이라고 한다.


 태극기의 태극과 사괘는 동양철학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흰 바탕에 태극은 우주 자연의 궁극적인 생성원리를 뜻하는데 빨간색은 존귀와 양, 파란색은 희망과 음을 의미한다. 사방 모서리의 사괘인 건(乾), 곤(坤), 감(坎), 리(離)는 하도(河圖)에서 비롯된 선천팔괘 중 정양(淨陽)에 해당하는 괘로 구성됐다. 건은 하늘, 곤은 땅, 감은 물, 리는 불로서 인간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자연을 담고 있다. 하도는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지가 불확실하지만 상서(尙書)에 따르면 복희씨(伏羲氏)가 하(河)수에 나타난 용마를 보고 그렸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국기 태극기는 우주 자연의 심오한 생성 원리와 창조적 우주관을 담고 있는 뜻 깊은 국기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태극기는 도형의 통일성이 없이 태극과 사괘의 위치를 혼동하여 사용하여 왔다. 그래서 정부 수립 후 '국기제작법'을 통해 태극기 제작법을 통일시켰다. 그 후로도 국기에 관한 규정을 여러번 개정하며 사회 흐름과 정서에 맞게 활용되도록 했다.


 요즘처럼 대외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시기에 태극기 속에 들어 있는 의미와 국권 회복을 위해 희생하였던 선열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길 바란다. 그 고귀한 마음이 삼일절 하늘에 휘날리는 태극기로 나타났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빈경민 국민연금공단 남인천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