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코로나19 대량감염 사태를 일으킨 신천지교회와 관련된 시설물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곳을 상당수 지목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4일 관내 신천지교회 및 관련시설 353곳의 주소를 공개했다. '감염병 예방·관리법' 제47조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출입금지·이동제한 규정 등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종교시설은 '종교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성역화되고 예외성을 담보받았다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신천지 명단 공개는 나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원인을 제공한 시설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쉽지 않은 결단인 데다, 그동안 신천지 측이 은폐·축소를 여러 차례 시도한 점으로 미뤄 당연한 행정행위여서 경기도민은 물론 국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각론에서 문제가 발생해 총론의 취지를 흐리게 하고 있다. 도가 공개한 신천지 관련시설은 신도들의 숙소를 비롯해 식당, 복음방, 위장교회, 센터 등으로 구분돼 있다. 도는 명단에 담긴 시설을 14일간 폐쇄해 출입을 통제키로 했다.

그러나 신천지와 관계없는 시설도 명단에 다수 포함돼 있다. 신천지 측이 버티다 공개한 245곳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시민들 제보 등을 취합해 작성한 108곳 상당수가 엉터리다.

이 중 49곳은 신천지 시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다른 종교의 시설, 폐업한 회사, 음식점 등이 포함됐다. 도는 나머지 59곳에 대해서도 확인 절차를 밟고 있으나 시설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도는 선제조치에 중점을 두고 급하게 명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고 해명했다. 코로나와 관련된 것은 워낙 촉각을 다투는 사안이라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최소한의 확인 과정을 거쳤으면 황당한 경우까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천지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시설로 오인된 곳의 주인이나 관리자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시급히 현장을 정밀 확인해 신천지와 관련이 없는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 목록에서 삭제하고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