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혜규 '침묵의 저장고_클릭된 속심' 전시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작가로 양혜규(49)를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양혜규는 범지구적이면서 일상적이고 토속적인 재료로 구성한 복합적인 조각과 대형 설치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다. 서사와 추상의 관계성, 여성성, 이주와 경계 등을 주제로 다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과 독일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13 등 대형 국제 미술 행사에 초대됐다.

최근에는 파리 퐁피두센터,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등 권위 있는 기관에서 초대전을 열고 소장품을 전시하는 등 국제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표창)과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볼프강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을 받았다. 현재 모교인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순수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혜규는 인물과 사건, 현상을 포함하는 작가의 방대한 문화적 참조물(reference)을 매력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해 왔다. 작품에 등장하는 참조물은 낯설지만 새로운 인과관계로 재배열되어 역사성을 넘어 현재라는 시점에 도달한다. 작가는 대량생산된 기성품을 활용하는 레디메이드 기법을 구사하는 동시에, 노동 집약적 작업 과정을 취하기도 한다.

작가는 '살림'이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신작 '소리 나는 조각의 사중주'(가제)는 가정과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오브제를 인체에 대응하도록 크게 만들어 은유적이고 사유적인 의미가 고려될 수 있도록 제시한다. 공기의 온·습도 차이로 생기는 대기의 움직임과 같은 자연 현상을 디지털 벽화와 대형 풍선 형태의 광고 설치물로 형상화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신작은 냄새, 빛 등 비가시적인 감각을 다뤄온 지난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또한, 높이 10m에 달하는 움직이는 블라인드 조각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이 서울박스에 설치된다. 과거 맥주 양조장이었던 베를린의 킨들 현대미술센터 보일러 하우스에 2017년 설치된 바 있던 이 작품은 15여년에 걸쳐 전개된 블라인드의 설치의 최근 발전단계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올해 MMCA 현대차 시리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오는 8월29일부터 내년 1월17일까지 열린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동시대 국제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양혜규의 이번 대규모 개인전은 그의 작품세계를 다방면으로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