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춘향전> 판소리를 들었습니다. 김경아 님이 고수와 함께 완창하였는데, 한 권의 책을 다 외운 그 열창을 들으면서 스님들의 염불보다 더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일이든 일상 속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대로가 구도자의 삶입니다.

한 암환자가 암 수술을 받은 뒤 태국과 인도 등지를 여행하고 6개월 만에 돌아왔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왔을까?'하는 원망이 감사로 변했습니다.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 심지어 길거리에서 죽는 사람들까지 보면서 낯선 땅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온 것이지요. 일상에 감사할 때 깨달음이 있습니다.

사물에 대한 지혜로운 관조가 없으면 병에 사로잡힙니다. '왜 내게 이런 병이 왔을까?'하며 한탄하고 원망하는 사람은 진정한 실상반야(實相般若)를 깨닫지 못한 사람입니다. 병이 찾아와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감사와 부처는 한몸이기 때문입니다.

가정마다 일터마다 제각각 살아가는 방식과 목표가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 현장에도, 폐지를 줍는 할머니도 나름의 삶의 철학이 있습니다. 우리는 치열하게 사는 삶 속에서 참 '나'를 발견하고 깨달아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처처마다 고난과 역경이 있습니다. 갈등과 번뇌, 투쟁과 반목으로 점철되어 가는 것이 인생이며, 그 안에서의 진리는 어느 하나도 버리고 취할 것이 없습니다.

백세가 되어도 참 '나'를 발견하지 못하면 깜깜절벽과 같고, 하루를 살아도 참 '나'를 알면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라 곧 해탈이며 열반입니다. 치열한 삶 속에 예수님이 있고 부처님이 있습니다. 기쁨이 와도 슬픔이 와도 항상 차별을 떠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여여(如如)하게 사십시오. 역경을 극복하려고 최선을 다할 때 깨달음의 기회도 찾아옵니다. 기쁨과 슬픔, 역경과 순경, 모두 변화합니다. 마치 겨울에 잎이 다 떨어졌던 나무가 봄이면 다시 푸른 잎을 피워내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앞에 닥쳐온 불행이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연히 뚫고 나갈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지혜와 용기는 고요한 선정에서 나옵니다. 살아있을 때 공부하십시오. 자신을 살펴보며 성찰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힘든 사람을 보면 돕고, 잘사는 사람을 보면 그가 오래 행복하길 기도해 주십시오. 자신을 위한 소유보다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나를 드러내기보다 타인과 공존하십시오. 그런 크고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진정한 기도이며 수행이고, 곧 일상 속에서 우리가 얻는 깨달음입니다.

석종연 동국명상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