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서 20여 마리 관측...2월 대거 남하는 첫 사례
▲ 지난 25일 백령도 물범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점박이물범.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황해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자 인천시 대표 캐릭터인 점박이물범이 백령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예년보다 빠른 귀환이다.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은 지난 23일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원들이 백령도 하늬해변 물범바위에서 점박이물범 20여 마리를 관측했다고 26일 밝혔다.

박정운 단장은 "겨울에도 1~2마리가 백령도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 시기에 점박이물범이 한꺼번에 관찰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황해 점박이물범은 중국 보하이만 등지에서 겨울을 지내다가 봄이면 남하를 시작해 백령도에서 여름을 보낸다. 주로 4월부터 11월까지 백령도에서 관찰된다.

수명이 30년 정도인 점박이물범이 황해 물길을 따라 다시 백령도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천연기념물 331호인 점박이물범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황해를 대표하는 고래인 상괭이와 함께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해양포유류다. ▶관련기사 7면

점박이물범은 1940년대까지만 해도 황해에 8000여 마리가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획으로 1980년대 2300마리까지 급감했고, 최근에는 1200마리 정도가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300여 마리가 백령도로 돌아와 봄을 알린다.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점박이물범은 봄부터 가을까지 백령도를 기착지로 삼아 활동하는데, 8~9월에는 하루에 200마리까지 관측되기도 한다"며 "3월부터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이동 시기가 빠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점박이물범은 남북을 물길로 이어주는 평화의 동물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구조된 지 5년 만에 백령도에서 방류돼 야생으로 돌아간 점박이물범 '복돌이'에겐 위성추적장치가 부착됐다.

이동경로 조사 결과 복돌이는 백령도에서 강화도를 거쳐 영종도까지 이동했고, 이후에는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평안남도 남포시에 머무른 뒤 중국 해역으로 향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