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공포·위축·우울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모처럼 미소짓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임대료 인하 등 건물주들의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치 가뭄에 단비 내리듯 코로나에 맞선 상생물결이다.

가장 먼저 임대료 인하가 선보인 곳은 전북 전주 한옥마을이다. 건물주 14명이 3개월 이상, 10% 이상 임대료 인하를 주 내용으로 하는 '상생선언문'을 지난 12일 발표하자 전주 전통시장과 도심 건물주 110명이 동참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쇼핑몰 '트리플스트리트'(150개 점포 입점)는 임차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2개월 동안 임대료를 20% 내리기로 했다. 서울 남대문시장 내 4000여개 점포 주인들은 앞으로 3개월간 임대료를 20% 낮추기로 했으며, 부산 전포카페거리의 일부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20~60% 인하했다.
특히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의 서문시장 등 일부 건물주들은 휴업기간에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인하하기로 했다.

위기가 닥치면 공동체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우리 사회의 특징이자 저력이 또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건물주에 대해 '세만 받아 편안하게 산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일부 있는 현실에서, 건물주들의 결정은 기존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착한 임대인'에 대한 세제혜택 등 지원책 마련을 적극 검토 중인 가운데, 은행권도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료를 낮추거나 착한 임대인에게 각종 금융혜택을 주는 등 지원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자사 보유 건물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에게 3개월간 임대료를 30% 감면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임대료를 다음달부터 3개월간 30% 인하한다고 밝혔다. 서민들에게 문턱이 높은 것으로 정평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임차인 지원에 나선 것은 그만큼 엄중한 현실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신분에 상응하는 도적적 의무)의 선두에 섰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국적으로, 분야별로 보다 폭넓게 이뤄져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기폭제가 되었으면 바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