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사회시스템 붕괴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바이러스 피해가 음식점·전통시장 등 자영업과 위락시설에 집중되었지만 국가·공공시설 영역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국회는 24일 오후 6시부터 26일 오전 9시까지 폐쇄된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국 법원에 휴정 권고가 내려져 서울고법과 대구지법, 수원지법 등은 2주간 휴정 방침을 발표했다. 군당국은 7500여명의 장병·군무원을 격리시키고 외출외박을 전면금지했다. 준 전시상황을 방불케 한다.

인천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작은 규모의 회의마저 취소하고 있다. 초·중·고 등 각급 학교가 일제히 개학을 늦췄으며 휴원하는 어린이집도 잇따르고 있다. 감염의 확산에는 사람의 기침, 재채기 등이 큰 원인이라고 하니 일견 타당해 보인다.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비춰볼 때도 그렇다.

하지만 공공시스템의 마비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특히 방역체계를 세울 때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하는데 공공기관의 정무적·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됐던 경우가 많아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공공기관의 방침을 최선의 잣대로 삼는 경향이 있는 시민들은 "무조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상책"이라며 웅크리고 있다. 당연히 생업전선은 무너져가고 있다. 수출와 주가 하락 등 경제지표가 적신호를 보인다는 분석이 차고도 넘친다. 대기업들마저 문 잠그기 대열에 참여해 잠정적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간인 이상 엄습하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극도의 심리적인 위축은 경제를 마비시키고 실생활을 잠식하고 있다. '먹고 사는 일마저 포기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가진 것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은 답변이 궁색할 것이다. 언론이 과잉 반응을 보인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지인은 "TV에서 종일 코로나 뉴스가 나오는데 겁을 먹지 않을 재간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바이러스는 단순 구조만 보면 약해빠진 물질의 군집체에 불과하다. 약간의 온도 변화, 약간의 비누만으로도 구조가 분해돼 버린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확산이 빠르지만, 노약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감염되더라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지켜야 할 예방수칙에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흔들림 없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하는 국민들이다. 지난날 실패 경험은 잊어버리자. 과거는 없다. 삶은 현재의 연속일 뿐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