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보건소가 '코로나19 오염지역'인 홍콩에서 국내로 입국한 뒤 기침 증상을 앓던 시민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요구를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소는 당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의 검사 대상에 홍콩 방문 이력이 포함되지 않았었다고 해명했지만 감염병 확산 방지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윤모(40)씨는 이달 15일 홍콩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곧바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전화를 걸었다. 12일 정부가 마카오와 함께 오염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홍콩에서 사흘간 머문데다 공항에서부터 기침 증상을 보여 진단검사를 받으려 한 것이다. 이후 콜센터에서 거주지와 가까운 미추홀구보건소를 방문해 달라는 안내를 받은 윤씨는 그대로 보건소로 향했다.

그러나 보건소는 윤씨의 체온만 측정하고 진단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는 하지 않았다. 홍콩이 코로나19 오염지역인 것은 맞지만 방역당국이 지자체에 배포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에는 검사 대상에 '홍콩 방문 이력'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지침에 의사환자가 '중국을 방문한 후 14일 이내 발열 또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자' 등으로 한정돼 있어 윤씨를 검사 대상으로 삼을 만한 근거가 없었다는 의미다.

결국 검사를 받지 못한 윤씨는 이후 '보건소에서 검사를 거부당했다'는 취지의 31번째 확진자 인터뷰 기사를 보고 21일 다시 한번 보건소에 검사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보건소가 윤씨에게 검사 대상에 해당한다며 검체 채취를 위해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날 해외 방문 이력에 홍콩·마카오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지침이 개정되면서 윤씨도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보건소는 설명했다.

다행히 윤씨는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간 불안감에 휩싸였던 그의 삶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윤씨는 24일 "오염지역에서 입국해 기침 증상도 있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요구했는데 거부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검체를 채취한 뒤에도 내가 확진자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자가 격리 등 행동 지침과 주의 사항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보건소의 상황 인식과 대처가 너무 안일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당시엔 윤씨가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검체를 채취할 수 없었고 인천시 역학조사관도 '코로나19 미분류 대상'으로 판단을 내려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