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가미상'
2차 세계대전 전후 독일 이야기
주인공 배우 실제작품 감상 가능
▲ 영화 '작가미상' 스틸컷 /사진제공=영화공간주안


히틀러는 약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그런데 그가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대상이 한 인종에만 그치지 않았다.

나치가 우수한 민족이라고 여겼던 게르만족과 같은 독일 사람들마저도 중증장애인과 정신질환자인 경우 몰살시켰다. 존재 가치가 없는 이들 때문에 부상 입은 독일 병사들의 침상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 학살은 1939년 'T-4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독가스실에서 은밀하게 자행됐다.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지만 가벼운 조현병을 앓던 독일인 엘리자베스 역시 이 프로젝트에 희생되고 만다.

그녀가 마음을 다해 아끼던 조카 쿠르트가 영화 '작가미상'의 주인공이다. 이모의 속절없는 죽음을 지켜본 유년기의 쿠르크는 자라서 예술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모와 같은 이름을 가진 엘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 '작가미상'은 2차 세계대전 전후의 독일을 배경으로 쿠르트의 예술 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나치의 만행과 독재의 공포, 분단의 처절함까지 당시 독일의 시대상을 모조리 훑고 있다.
여기에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가 이모를 죽인 당사자라는, 통속극의 치정 요소까지 곁들이고 있어 조금은 낯선 독일영화라 할지라도 3시간의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유화를 그리는 주인공 역을 맡은 톰 쉴링이 실제 화가가 꿈이었던 덕분에 그의 아름다운 습작과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영화 속 쿠르트의 시대는, 이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인에게 더없는 동질감을 준다. 주인공은 사회주의 리얼리즘만을 예술로 인정하는 동독을 탈출해 서독으로 간다. 히틀러의 독재가 끝나고 세월이 흘러도 나치 전범들은 잘 먹고 잘 산다. 우리의 친일 청산이 여전한 숙제이듯 말이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