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정치에 어느 순간부터 '4+1'이 등장해 판을 휘저었다. 처음엔 '포 플러스 원', '넷 더하기 하나'로 읽는 이도 있었다. 궁금해서 검색을 넣어봤더니 동명의 영화도 있었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카자흐스탄 영화다. 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크졸에게 4명의 어린 여동생들이 남겨진다. 성실하고 심지가 굳은 아크졸은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대학을 중퇴하고 택시기사로 나선다. 한 청년 가장과 티없이 맑은 여동생들이 고난과 난관을 극복해가는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판의 '4+1'은 처음부터 감동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그 좋다는 국회의원 자리를 계속 누리기 위한 희한한 '의기투합'일 뿐이었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기 위해 "국민들 눈치를 너무 볼 필요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4+1'이 출현하면서부터는 정치 용어들도 점점 낯설어졌다. 나중엔 '패트'로 불린 '패스트트랙'부터가 그랬다. '4+1'의 업적은 단연 선거법 개정 관철이다. 제1야당은 제쳐놓고 그들끼리 밤낮없이 흥정을 벌였다.

▶독일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다더니 준연동형으로 돌아섰다. 국민들 눈이 무서워 의원 수를 늘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지역구 의석을 줄이자니 '4'의 자리들이 불안해서다. 이런 가운데 다시 '캡을 씌운다'는 낯선 단어까지 등장했다. 비례의석 전부를 연동형에 내주면 '1'이 손해이니 30석에만 '비례 고깔모자'를 씌운 것이다. 너무 복잡하다고 하니 '4' 중의 한 분이 "국민들이 어려운 산식을 알 필요는 없다"고 했다.
최근에는 '21대 국회 의석수 계산기'까지 개발됐다고 한다. '4+1' 협상장에 나타난 '올드보이' 3총사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반드시 마르고 닳도록 해먹겠다는 의지가 넘쳐나는 듯 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여당에서 비례 의석 확보용의 '위성 정당' 창당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그 난리를 쳤던 선거법 개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논리적 모순이 걸림돌이다. 그래도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에 비례 의석들이 넘어가는 것을 구경만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다시 '4+1'을 재가동해 연합 위성 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도 있다. 선거법 개정의 후폭풍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법안 통과에 앞장섰단 국회의장에게도 '아빠 찬스' 상처만 남았다. 자기들 지역구를 지키려 무리를 거듭하던 군소정당 '3'도 발붙일 지역구가 거의 없는 판세가 돼가고 있다. 그나저나 미래통합당도 또 한번 곰바우가 된 것 같다. 이제라도 위성 정당을 띄울 수가 있다면, '꼼수' 등의 욕을 먹어가며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었을까.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