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五里霧中). 5리에 이르는 안개 속에 있다는 뜻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는 의미. 무슨 일에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알 길이 없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만, 현실로 돌아가면 그렇지 않은 듯하다. 저마다 환한 미래를 살피지, 불투명한 앞날은 생각하기 싫어서일 게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보통 감정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특기할 만한 사실 중 하나가 '오리무중'이다. 방역 당국과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 단어다.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한 코로나19에서 일부 확진자 감염 경로가 아리송하고 불확실해 붙여졌다. 감염원이 방역망에 들어와 있는지, 아니면 아직도 지역사회를 활보하고 있는지 몰라 심각한 상황을 보탠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천지 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점도 이에 해당한다. 확산 우려가 깊어지자 대구와 서울 등지에 이어 인천에서도 신천지 교회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환자가 쏟아지는 상태에서 이젠 확진자 경로 추적은 물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모양새다.

갑작스런 재난으로 시절이 상처 투성이로 변했다. 중국 발 코로나19 기세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무섭기만 하다.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곳마다 '외면'을 하기 일쑤고, 어떤 곳에선 '대인기피증'으로 사람 간 정(情)을 메마르게 한다. '난리'를 피운다거나 '야단법석'을 떤다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이러니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이야 말해 무엇하랴. 여기저기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우한은 마치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재종춘설소 복축하운흥(災從春雪消 福逐夏雲興)'-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행복은 여름구름처럼 일어나라. 흔히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함께 입춘첩에 걸리는 글귀 중 하나다. 하지만 이즈음 새 봄이 돌아왔다고 들썩거리는 기운은 온데간데 없다. '코로나19 한파주의보'에 "나도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인 탓이다. "코로나19는 끝장을 볼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세간의 얘기가 새삼 떠오른다. 아무튼 만나는 이들에게 "부디 조심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다.

문득 "가슴 속 응어리를 버리고 서로 나누며 협력하는 방법을 찾을 때 이 재난도 봄눈 녹듯 사라지지 않겠는가"라는 여망에 젖어본다. 많은 사람이 마음에 이런 희망사항을 품었으면 한다. 추운 겨울은 지나가고 우리에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멀지 않은 곳에 와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를 이기고 봄을 노래했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