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스틸
사진 :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스틸

 

 영화 ‘브이 포 벤데타(2005)’가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이 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브이 포 벤데타>는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가 공동 창작한 동명 그래픽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81년 영국의 월간 만화잡지「워리어」를 통해 처음 선보여 1984년 26회까지 연재되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중간에 잡지가 폐간 되어 연재가 중단되었다가 1988년 DC 코믹스에 의해 완간 된 후 1990년 원래의 흑백버전에서 칼라버전으로 전환한 그래픽 소설로 출간되었다.
 
"체제의 파괴는 브이의 존재 이유"라는 원작자 무어와 로이드는 대처 총리의 극우 보수 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태도를 작품 속에 그려 넣었다. 주제 면에서 <브이 포 벤데타>는 오늘날 세계의 많은 정치, 윤리적인 개념의 관련성을 탐구하며 모든 개인은 개인으로서의 권리가 있고 체제 순응성에 저항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직접적으로 정부와 그 지지자들을 살해하는 브이의 복수 때문에 영화는 단순히 독재에 항거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연 테러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정부든 개인이든 권력을 남용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파헤치면서 부패와 조종, 조작, 억압 등에 항거하는 <브이 포 벤데타>는 정치 스릴러이며 암울하고 다층 구조의 다양한 의미를 지닌 독특한 영화이다. 때문에 관객에 따라서 액션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고, 권력에 대한 개인적 책임이나 독재의 필요성과 용납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브이 역을 맡은 휴고 위빙은 촬영 내내 고정된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다. 눈빛이나 입 모양 등이 모두 마스크에 가려져 있어 순전히 목소리와 몸짓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해야 했다. 오로지 목소리를 통해서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와 말투를 찾아 가면의 폐쇄적 억압을 담아 감정을 표현해 냈다. 

또한 감독으로부터 가면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상대 연기자라는 극찬을 받은 나탈리 포트만은 영화의 주제와 평범한 인물에서 용감하고 정치적인 주인공으로 변모하는 캐릭터에 자극되어 브이의 운동에 동참하는 이비 역을 맡아 삭발까지 감행했다. 비밀 경찰에 붙잡혀 고문 속에서 삭발 당하는 장면은 단 한번만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배치하고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머리를 자르도록 했다. 나탈리 포트만은 여자들은 치장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드는 데 그런 것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니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고. 특히 포트만은 젊은 급진주의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지하의 날씨>와 이스라엘 수상 '매나헴 베긴'의 자서전, 1605년 '화약음모 사건'에 관한 정보가 담긴 앤토니어 프레이저의 「충성과 반역」등의 서적을 탐독했다.
 
브이를 추적하는 인물로 브이의 과거를 파헤치면서 정부의 음모를 발견해내고 브이에게 심정적인 공감을 갖게 된 수석수사관 핀치 역에는 <크라잉 게임><푸줏간 소년>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스티븐 레아가 맡아 책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리얼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영국전체주의 체제의 사악한 우두머리인 챈슬러 셔틀러 역의 명배우 존 허트를 비롯해 유명연극 배우 로저 알람, 영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배우 존 스탠딩, 로버트 알트만의 <고스포드 파크>에서 열연한 나타샤 위트만, 연기파 배우 시니드 쿠색 등이 출연해 최고의 앙상블을 선사한다.

/정유진 기자 online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