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안양시의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달아난 뒤 강도행각을 벌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최세용(52)씨가 또 다른 살인혐의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는 20일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국외이송유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와 공범 전모(46)씨에 대해 특수강도와 국외이송유인 혐의 등을 인정, 원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강도살인 및 강도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최씨는 2007년 안양의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 A(당시 26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1억8500만원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그는 안양 환전소 살인 사건을 벌이고, 필리핀으로 달아난 이듬해인 2008년 1월 대출 브로커인 전씨와 공모, 필리핀으로 찾아온 B(당시 29세)씨를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이들은 필리핀에 소재한 유령법인 명의로 큰돈을 대출받게 해주겠다며 B씨를 속이고 대출 비용 명목으로 2만달러를 마련하도록 한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법원은 이에 최씨와 다른 공범인 C(사망)씨가 공모해 필리핀에서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금품을 빼앗고, 시신을 유기한 점이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씨도 B씨를 필리핀으로 유인해 살해당하는 계기를 제공했고, 다른 사기 혐의 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씨 등의 강도살인 및 강도치사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들이 살해를 공모한 것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확신이 들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숨진 공범 C씨가 단독으로 B씨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고, 최씨 등도 형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항소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2심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됐다. 재판부는 "1심 형을 파기할 만큼 부당하다고 볼 정황이 없어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