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주민들의 문화적인 삶을 위해 설립되기 시작한 지역 문화재단이 100여개를 넘어서며 지역의 문화적인 환경이 많이 변하고 있다. 예술단체와 문화사업에 대한 지원 방식도 수량을 나누어 배분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주민들이 체감하는 정도를 데이터화 하고 효과성을 분석해 지역 문화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원금의 선정과 집행도 주민들이 참여해 공공성을 감사하는 제도가 도입되어, 영향력 있는 인사나 권력기관을 동원해 지원에 선처를 기대는 그릇된 관행도 많이 사라졌다. 이른바 문화의 양적인 증가와 함께 질적인 발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세련된 시민의식과 주민들의 문화적인 활력을 느낄 때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이 분야에 종사하며 보람을 갖는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따금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낡은 관행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지역 문화재단의 인사 관행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문화재단은 상하 직급의 위계 형태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소규모 조직이다. 사업과 경영 부서로 나누고, 부서장과 부서원이 그룹이 되는 형태여서 중규모 또는 대규모 조직에서 볼 수 있는 본부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조직이다. 그래서 본부장을 두는 것은 규모가 아주 크거나 광역문화재단을 제외하고 보통의 기초문화재단에서는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초문화재단의 거의 모든 조직에 본부장이 존재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의 본부장이 문화재단의 설립목적과 추구하는 바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치단체에서 파견된 직원 또는 오랜 기간 행정기관에 종사하다가 퇴직을 남겨두고 임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치단체의 인사적체 해소 방편으로 본부장이 이용되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임명된 본부장들은 자치단체장의 의중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 재단의 독립적인 활동에 저해가 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편에 서게 된다. 재단 경영에 일정 부분 문제가 발생해 수습을 위한 방편으로 관선 관리자가 한시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본부장과 함께 지역 문화재단 인사 정책에 개선이 필요한 점은 이사회 구성과 대표이사의 임명이다. 문화재단은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나 자치단체가 출연해 설립한 공기업이다. 그래서 이사회의 구성은 재단의 설립목적을 올바로 이해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문화재단의 이사 선발과 구성은 문화재단 경영의 성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사장은 좋은 문화재단을 만들기 위해서 재단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를 모셔야 하는 것이다. 재원(財源)을 탄탄히 다지는 일, 관련법과 규정에 밝은 이사를 모시는 일, 공공 회계와 인사 노무의 전문적인 경험과 식견을 갖고 있는 분 등을 여러 방편으로 자문해서 초빙해야 하는 것이다.

대표이사는 비상임 이사보다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문화재단 설립과 경영에 중요한 일을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며, 남다른 식견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자치단체의 수장이 문화재단의 이사장을 겸하는 것은 이제는 개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일부 문화재단에서 이사장을 별도로 임명하는 좋은 사례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자치단체의 관련 부서장을 당연직 이사로 임명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자치단체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문화재단을 지휘 감독할 수 있는 제도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이런 기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단 이사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해 정책의 심의 의결에 참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

문화재단의 임원으로 자치단체장 선거의 공신들이 임명되어 잡음이 이는 경우가 이따금 발생한다. 능력과 경험을 갖춘 임원의 인사는 환영할 일이나, 부족한 자질이 시비가 되는 인사는 금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예술 종사자는 우리 사회 속에서 더 이상 소수의 집단이 아니다. 전업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와 단체로부터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고 참여하는 생활예술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확산되고 있다. 그들의 눈에 문화재단의 임원이 더 이상 선거의 전리품으로 격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흥수 서울대 예술과학센터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