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대학교수를 하며 강단에 섰었는데, 강의의 주안점이 바로 "즐거운 강의가 승리한다"였다. 아무리 강의내용이 충실해도 즐겁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래서 매 학기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즐겁게 강의를 진행해 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즐거운 도시가 승리한다. 이 이야기는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가 쓴 책 '도시의 승리'에 나오는 말이다. 이제 도시는 경제성장과 부의 증가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증진시켜 즐거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 인천의 현실은 어떤가 보자. 인천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을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이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지목할 것이다. 고층건물들이 들어서 현대도시의 풍광을 보이고, 주변에 운하가 조성되어 수변도시의 정취를 만들어낸다. 근데 딱 거기까지다. 그리고 뭔가 2%가 부족한 느낌을 준다.

그러면 2%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한번 살펴보자.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은 글로벌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글로벌 도시의 의미에는 글로벌 활동과 비즈니스가 지역에 집중되어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글로벌 기반시설이 갖추어진 도시로 이해할 수 있다. 즉, 글로벌 활동과 인재, 그리고 인프라로 장착된 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글로벌 도시라고 보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란다.
글로벌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도시 활동도 매력적이고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송도 경제자유구역은 겉보기에는 멋진데, 속 빈 강정이다. 바로 즐거움을 위한 활동과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가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송도 경제자유구역에는 자유와 해방의 공간이 없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대표적인 해방의 공간으로 이태원을 들 수 있다. 이태원에 가면 외국인들과 힙(hip)한 사람(hipster, 좀 개성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색다른 거리를 연출하고, 다양한 레스토랑, 카페, 바, 클럽 등이 있어 젊음과 에너지를 방출하는 해방구가 된다. 홍콩 란콰이퐁(Lan Kwai Fong)에 한번 가보시라. 란콰이퐁은 홍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밤 문화의 명소로, 다양한 분위기의 바와 레스토랑이 몰려 있어 잠들지 않는 도시, 즐거운 도시, 해방의 공간을 느낄 수 있다.

베트남 호치민도 이런 해방구가 있다. 바로 베트남 여행자 거리라 부르는 데탐(De Tham)과 부이비엔(Bui Vien) 거리이다. 부이비엔 거리를 밤에 가면 볼거리와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연출하며 에너지 분출을 위한 해방구가 된다.

여기에 더해 지역 전체가 별난 도시를 추구하는 곳도 있다. 바로 미국 오리건(Oregon)주 포틀랜드(Portland)로 도시 슬로건이 'Keep Portland Weird!' 이다.

즉, 포틀랜드를 다른 도시들과 차이가 나는 별난 도시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도시개발의 주요 방법론으로 등장한 원리가 바로 '힙스터들을 끌어모으는 힙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도시는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고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없다.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에서 출발해 서울역을 거쳐 경기도 마석까지 연결되는 광역급행 GTX B 열차노선이 2030년에 개통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 인천의 상황에서 광역급행열차가 개통되면 과연 서울 사람들이 인천으로 많이 몰려올지 아니면 반대로 인천 사람들이 서울로 많이 몰려갈지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광역급행열차는 서울이 인천의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빨대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왜 즐거운 도시가 승리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됐을 것이다. 인천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송도 경제자유구역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힙스터들을 끌어모으는 즐거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인천의 정책결정자들은 광역급행열차의 개통을 축하만 할 것이 아니라, 인천이 서울 사람과 돈을 어떻게 빨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