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감염병 주기 빨라질 가능성 … 현장 지위체계 일원화 급선무
복지부 산하기관서 독립 후 전문가 양성 등 선제적 대비 태세 갖춰야
현 국가방역체계 문제는 결국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적 한계'로 귀결된다.
신종 감염병 대응력을 극대화하려면 무엇보다 방역조직 체질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를 '청' 단위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 스스로 역량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관련기사 19면
18일 감염병 전문가들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부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어져온 '감염병 발생 주기'에 주목하고 있다.
사스 사태가 종식된 지 12년이 지나서야 메르스가 출현했지만 메르스 이후 코로나19가 등장하는 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아서다. 5년 안에 또 다른 유형의 신종 감염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앞으로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감염병 유행 시 현장 지휘 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질본에서 감염병 전문가를 양성해 각 시도 보건소들에 배치한 뒤 이들이 질본 지침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인사권과 예산권이 없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가방역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큰 그림은 질병관리본부가 독립 청으로 승격하는 것"이라며 "검역법 개정만큼 정부조직법 개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2017년 6월 질병관리청 승격을 뼈대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개정안은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장은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된 바 있다.
그러나 조직 자체가 중앙행정기관 지위를 얻지 못해 전문가 양성과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가방역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질병관리본부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예산 규모가 작고 인력도 적은데 앞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 조직으로 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종 감염병 유행과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공공보건의료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장은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해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의과대 운영으로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해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은경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에선 감염원이 파악되지 않은 3명의 확진자(29·30·31번)가 잇따라 나온 상태다.
/박범준·정회진·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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