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같은 미술관엔 샤갈·피카소가 산다
'자연과 소통' 컨셉트 숲속에 지어
2013년 건축베스트7 수상하기도
세계적인 작가 작품 엄선해 전시
내달까지 51명 참여 '팝아트 전'
▲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해든뮤지움' 전경. /사진제공=해든뮤지움

 

▲ 해든뮤지움에는 엄선해 고른 유명작가 작품들이 걸려있다. 사진은 전시관 내부. /사진제공=해든뮤지움

 

 


인천 강화군 길상면 한적한 마을을 지나다보면 그림같은 건축물이 하나 나온다. 바로 미술관 '해든뮤지움'이다. 강화도에서 만난 뜻밖의 이 미술관은 규모가 상당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심이 아닌 강화도에 이런 대규모 시설을 꾸민 것은 문화예술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도서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설립자의 의지였다.



#건물 자체가 예술작품

2013년 개관해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미술관은 자연과의 어울림과 소통이 콘셉트이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경사면의 진입부터 동선의 이동에 따라 만나는 세 개의 열린 공간으로 이루어졌으며 내부로는 빛과 공간, 외부로는 땅을 가르고 하늘을 조각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공간을 창출한 공로를 인정받은 해든뮤지움은 한국건축가협회에서 수여하는 '2013년 올해의 건축 베스트7'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시관 뿐 아니라 교육과 기업연수를 위한 공간인 교육관, 세미나실 야외 조각 가든을 함께 갖춘 복합문화시설이다.

 


#고품격 전시

해든뮤지움 전시관에 걸릴 작품은 엄선된 검토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피카소, 샤갈, 아르망, 세자르, 프란시스 베이컨, 호안 미로, 페르난도 보테로, 프랭크 스텔라,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인디아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백남준, 장욱진, 이응로, 김환기, 이우환, 김창렬, 이강소, 김종학, 전광영, 하종현, 강익중, 김동유 등 유명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회는 '팝아트 전(展)'으로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인디애나, 제프 쿤스, 줄리안 오피, 요시토모 나라 외 총 51명 작가가 참여했다.
'팝아트(Pop-Art)'는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와 대량생산되는 소비재를 시각예술의 요소로 받아들인 20세기 중반 이후의 미술 경향을 이르는 것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하나의 양식으로 처음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게 될 예술가들은 남다른 감각으로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거나, 비판적 발언과 정치적 신념을 재치 있게 표명했다. 또 물질문화가 추구하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색채와 디자인을 통해 예술가 스스로가 자본주의의 현신이 되어 자본과 예술, 상품과 작품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을 함축적이면서도 예리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세기 이후 대중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실 수 있는 기회다.
팝아트전은 3월29일까지 볼 수 있다.



#2020년 기대작

해든뮤지움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특별전시로 각각 신진작가 국제교류전과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중견작가를 소개하려 한다.
4월30일부터 8월30일까지 진행되는 '미래展'은 해든뮤지움이 선정한 내일이 기대되는 작가들에게 시각예술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김윤나, 정진서, 요흔 바그너, 미리암 비드만 등의 작가가 참여한다.

9월4일부터 내년3월까지 이어지는 '시대와 개성展'은 원로·중견작가들의 전시회다. '회화'라는 오랜 전통을 이으면서도 독창적인 시선으로 이 시대가 안고 있는 화두를 바라보고 탐구해온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박춘순 해든뮤지움 관장 "정부, 문화소외지 시설 지원 아끼지 않았으면"

▲ 박춘순 해든뮤지움 관장.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 박춘순 해든뮤지움 관장.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우연히 강화에 방문했다가 이 곳을 보고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열정 하나만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해든뮤지움의 설립자 박춘순 관장은 인천에서 태어나 송림초등학교, 인천여중, 인일여고를 나온 인천 토박이다.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60대에 들어서 같은 대학 유학과 석사에 도전하고 70대에 동양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동양미학 박사인 그는 강화와 연고는 없었지만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강화에 미술관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2013년 해든뮤지움을 개관한다.
'해가 들었다'는 의미의 '해든'은 박 관장의 호이기도 하다.

"사설 박물관·미술관은 운영에 어려움이 많아요.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명감이 없다면 하지 못할 일이죠."

박 관장은 지역과 중앙정부가 문화 소외 지역에서 자생하는 시설이나 단체에 조금 더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은 작은 마을에도 근사한 전시관이나 박물관이 많고 잘 운영되고 있지요. 천혜의 자연과 함께 하는 해든뮤지움을 통해 시민들이 훌륭한 미술작품을 접하며 예술에 대한 안목과 이해를 넓히는데 이바지 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과 교사들을 포함한 지역주민들 문화예술 교육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공동기획 인천일보·인천광역시박물관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