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수입액 15년새 8배 증가
원가·제품단가 절감 이유 선호현상
코로나19 여파 원자재 등 수급불가
국내업체 조업 중단 장기화 어려움
경제계 "교훈 삼아 분위기 바꿔야"

"이제서야 핵심 소재·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지난여름 일본 경제 보복 조치 때 등장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사실 기술 문제였어요. 그런데 중국 소재·부품은 대개 돈 때문에 쓰거든요. 대기업, 중소기업 상관없이 다들 제품 단가 낮추려고 중국에서 들여오는 거예요. 업계 생태계 개선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겁니다."

인천 남동구에서 LED 관련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현지에서 납품받는 부품 선적이 3월 돼야 가능할 것 같다고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LED 업계는 부품부터 완성 제품까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 가격에 이미 길들었다."

A씨는 "LED 쪽은 중국 산업계에서도 관심이 커 부품부터 완성품까지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우리 입장에선 중국 단가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LED 제조 업체 대부분 하도급인 구조에서 원청이 납품가 후려치면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중국 업체들과 거래 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중국에서 물건이 안 온다고 대체재로 한국 제품을 끌어다 쓰기 쉽지 않다. 이미 국내 시장은 중국 납품가에 길들었다"고 전했다.

인천 서구 자동차 부품 업체 대표 B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조업 중단 장기화가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고 꼬집는다.

그는 "최근 자동차·항공기 등에 쓰이는 와이어링 하네스가 중국에서 넘어오지 않아 난리였는데 이 역시 인건비 줄이기 위해 국내 업체들이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며 벌어진 일"이라며 "완성차 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 자동차 업계에서도 원청들은 계속 2차, 3차, 그 밑에 영세 하청까지 꾸준히 중국 가격표를 기준으로 원가 절감을 요구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시장과 손을 잡다 보니, 금속이나 정밀 기기 부품까지 중국 업체들이 깊숙이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11대 소재·부품 수입액 15년 새 8배 넘어

지난해 8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수출 규제를 시작한 계기로 중요성이 부각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코로나19 사태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다.

인천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소재·부품 액수로만 따지면 일본 수출 규제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 종합정보망' 자료를 보면 '섬유제품',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고무 및 플라스틱제품' 등 11대 소재·부품 업종의 인천지역 전체 수입액은 2018년 기준 152억7360만달러다.

이 가운데 일본에서 수입 금액은 19억6986만달러(12.9%)인 데 반해 중국에서 수입액은 이에 두 배가 넘는 45억7912만달러(30%)에 이른다. <표 참조>

인천지역 11대 소재·부품 중국 수입액은 2003년 5억193만달러에 그치던 것이 15년 만에 812.3% 급성장했다.

2003년만 하더라도 중국 수입액 중 '1차금속제품' 수입액이 36.6%(1억8348만달러)로 높은 비중 차지했다면 2018년엔 '전자부품'이 35.3%(16억1553만달러)까지 확대된 게 특징이다.

기술 확보 싸움이 치열한 '정밀기기부품' 경우 중국 수입액은 15년 동안 443만달러에서 1억3349만달러로 치솟아 2907.3%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인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업계의 허브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 역시 중국에 기대는 면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원가 절감을 중시하면서 이 해결책을 중국 시장에서만 찾으려 했던 인천지역 산업계도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분위기를 뒤집어야 한다"며 "특히 대기업, 1차, 2차, 3차 등 원하청 간 원가 절감에 목을 매다가 중국 경제계만 반사 이익을 얻은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