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입고서 활동…전도사 자처
1978년 부터 택시일기…책 내고파



"한복은 우리 민족의 혼과 지혜, 천연의 색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전국 유일의 한복 입은 택시 운전사입니다."

황용배(67·성남개인택시조합·사진) 택시운전사는 18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어렸을 때부터 한복을 좋아했다. 한복은 우리의 가치관을 우아하고 품위 있게 담은 옷"이라고 했다.

이어 "승객들이 한복 입고 운전하는 것이 낯선지 '무슨 기념일이냐, 행사에 다녀오냐'고 많이 물어본다"면서 "한복이 승객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우리 문화를 보여 줄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했다.

그가 한복을 입고 택시를 운전하기 시작한 것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여름쯤 한복을 입고 택시를 몰아 김포공항에 갔어요.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모범택시 운전사들의 옷이 너무 지저분하고 색깔도 우중충해 별로였습니다. 외국인 승객 한 분이 한복을 입은 저를 보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복 입기 캠페인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곧바로 '한복 착의 권장회'라는 단체를 꾸리고 운영에 들어간다.

"회원 30여 명이 한복을 차려입고 각종 행사에 나가 봉사활동을 했죠. 첫째 목적은 개인택시 운전사들에게 한복을 입혀 일하게 하자는데 있었죠. 하지만 한복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불편해서 그런지 잘 안 되더라고요. '회장이 한복을 사주면 입고 일하겠다'고 농담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는 70여 벌의 한복을 갖고 있다. 날씨, 계절에 따라 다른 한복을 입고 운전을 한다. 흐린 날은 밝은색 계통의 옷을, 맑은 날은 어두운색 계통의 옷을 골라 입는다고 한다. 홑 저고리·바지는 여름철에, 두 겹 저고리와 바지는 겨울철에 입는다. 바지는 생활한복이다.

그는 한복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거리를 누빈다고 했다.

"외국인 승객의 눈에는 한복 입고 일하는 것이 매우 신기한가 봐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멋지다'라는 말을 반복해요. 한복 입은 운전사를 처음 봤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거겠죠. 단골 승객 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한복 입고 운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택시를 자주 이용했어요. 어쭙잖은 영어에다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했죠. 한번은 이 승객이 오전에 인천공항에 입국한다며 콜했는데, 오후로 잘못 봐서 못 모신 일도 있어요. 그런데 그분이 나중에 이해해 주셨어요."

그는 택시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는 가족이야기부터 사회적 변화·아픔, 정치 문화적 상황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한다.

"일기는 택시 운전을 시작한 1978년 1월부터 쓰고 있어요. 현재 42권째 일기를 쓰고 있는 셈이지요. 큰아들을 낳았을 때의 기쁨, 올림픽, 월드컵, 대통령 선거 등 세상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책으로도 내고 싶어요."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한복 차림으로 택시에 오른다. 건강이 하락하는 날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택시 일기 쓰기를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또 미력하나마 우리 옷을 대외에 알리는 역할을 지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긴 시간 좁은 공간에 앉아 일해야 하는 어려운 직업이지만 최고령 운전사도 되고 싶습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