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입국자수 5000만명 … 국가검역체계 '선박화물' 중점

 

공항 새로운 감염병의 유입 통로지만
1954년 제정된 항만중심법 아직 사용

문 정부, 감염병 전문병원 약속했지만
입국자 가장 많은 인천 우선순위 '밖'




해마다 수천만명의 입국자를 맞아들이는 대한민국 관문 인천국제공항은 이미 해외 감염병의 '유입 통로'가 돼버렸다.

그러나 '해상 검역'을 근간으로 한 현행 검역법은 70년 가까이 국내 검역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중요성이 부각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70년 가까이 해상에 치우친 검역법

검역법은 감염병이 국내외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1954년 해공항검역법으로 제정된 뒤 지금까지 '항만 중심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검역과 관련해 항공기보다는 선박을, 사람보다는 화물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19면

항공기의 빠른 운항 시간과 공항의 24시간 운영 체제, 급증하고 있는 입국자 등을 고려한 검역 체계도 찾아볼 수 없다.

아울러 검역 조사 체계와 대응 전략 수립, 지역사회 연계 등을 망라한 '검역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다.

시대에 뒤처진 낡은 법이 66년간 이어져온 사이 지구촌은 '국경 없는 세상'이 됐고 지난해 인천공항 입국자수는 5000만명에 육박했다.

학계에선 메르스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앞으로도 공항을 통해 국내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공항 중심의 검역 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명문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검역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런 내용을 반영한 상태다.

개정안에는 검역 조사와 활동을 항공기·선박·육로로 세분화하는 내용과 검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근거 등이 담겼다.

개정안은 17일부터 시작된 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약속 '허송세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선 공약이다. 정부 100대 운영 과제에도 올랐다.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전국 5개 권역에 설치해 해외 감염병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게 뼈대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가 국내 유입된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설립하지 못했다.

주목할 부분은 해외 감염병 유입 길목에 놓인 인천도 중부·호남·영남·제주와 함께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 5개 권역에 포함됐으나, '병원 설립 우선순위'에서 맨 끝으로 밀려나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시설이 열악한 호남권부터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는 게 옳다며 2023년 개원을 목표로 광주시 소재 조선대병원에 전문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반면 지역사회에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선순위 없이 5개 권역에 최대한 신속히 전문병원을 설치해 최상의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시도 2018년 10월 인천을 방문한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지역 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대한민국 관문이란 지리적 여건만 봐도 인천엔 감염병 전문병원이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며 "종합병원급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천시 등 지역사회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범준·정회진·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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