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엔 하나 돼서 인천공항 유치 성공
지금은 10년 묵은 수도권매립지 문제도 못 풀어

1990년대 중후반 인천은 하나였다. 인천국제공항(2001년 개항)의 영종도 유치 때였다. 인천의 정치인들도, 시민사회도 한 몸이었다. 물론 해안가로 안개가 자주 끼는 영종도가 과연 인천공항의 적지인가를 놓고 논쟁이 아주 없지 않았다. 협의와 설득과 과정을 밟으면서 지역 내 까칠한 여론도 껴안았다.

살짝 억지스럽기까지도 한 향토사 자료도 공항입지 타당성의 근거로 끌어다가 썼다. '자연도(紫燕島)'로 불렸던 과거 영종도의 흔적이었다. 자줏빛 제비는 비행기를 상징하니, 섬 영종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옳다는 싱거운 논리조차 시민을 움직였다.

인천은 멀게는 충북 청주와 전북의 새만금, 가깝게는 경기도 시화 등 다른 경쟁지역을 제치고 국제공항 유치를 이끌어냈다. '서울'이니 '세종'이니 국제공항 유치 뒤 벌어진 명칭 논쟁에서도 인천 정치력은 뒷심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인천국제공항이 탄생했다.

범 인천 차원의 국제공항 유치운동은 새로움에 대한 도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안받침했다. 정치권은 '아사아의 허브 도시, 인천'이라는 비전을 탑재하고, 공유의 열정으로 시민의 마음을 사심 없이 담고자 했다.

인천공항은 180개 도시를 잇고, 연간 여객 7000만명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컸다. 그 파급은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로 연결된 송도와 청라, 영종 등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로 닿았다.

인천 정치력의 현주소와 정치인의 안목을 곱씹게 하는 대목이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현역 국회의원은 13명이다. 이중 중진 의원은 7명으로 다선수를 합하면 21선이다. 현역은 아니지만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유정복 전 시장까지 더하면 24선이다. 대선후보까지 나섰던 안상수, 송영길 의원까지 전직 인천시장만해도 3명이다. 윤상현, 이학재, 유정복 등 전·현직 의원 3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다. 홍영표 의원은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냈다.

정치인의 화려한 이력은 인천 정치사에서 보기 드물 정도다. 하지만 중량감 넘치는 경륜에 비해 이들이 인천의 정치인으로서 중앙정치 무대에서 힘을 쓰고 있는지 짚어볼 지점이다. 대통령이 인천 송도를 방문해 발표한 정부의 국제관광 도시선정 육성전략도 정작 인천은 부산에 밀렸다.

인천 정치인들이 배지에 대한 조바심으로 지역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소홀히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년여를 공전만 거듭하는 수도권매립지의 매립 종료, 활용 계획 없이 놀고 있다시피 하는 경인항, 14년째 그림만 그리고 있는 내항 재개발, 쌓았다가 허물기를 반복하는 용유·무의 관광단지 개발, 첫발조차 떼지 못한 서해평화수역 등이 그 징표라는 것이다. 대의 없는 수(數) 정치의 부작용은 계속 쌓이고 있다.

/총선특별취재팀=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