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연주하고 … 청춘은 행복합니다

 

▲ 실버 카페 하모니에서 어르신들이 커피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

 

▲ 실버 카페 하모니 개장 첫날 어르신들과 박윤국(왼쪽 다섯번째) 포천시장이 '엄지 척'을 해보이고 있다.

 

▲ 김재우 강사가 하모니카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기법을 지도하고 있다.


노인 18.6% 초고령화 도시
기대수명 늘며 행복찾기 나서

실버악단 수준급 하모니카 연주
국내대회 대상·아시아서 은상


작년 11월 카페 하모니 첫 선
정식교육 수료한 바리스타들
직접 만든 저렴한 커피 판매


100세 시대를 맞아 황혼의 건강과 즐거운 문화생활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말로는 60대도 젊다고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없고, 현장에서 60대 이상 구직자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포천시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8.6%인 2만7615명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셈이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일터를 잃은 어르신들은 건강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 제2 인생을 찾아 나섰다.

▲하모니카로 청춘을 노래하다

무게 200g의 하모니카 하나로 명성을 크게 얻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포천의 실버악단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어르신들과 하모니카의 첫 만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악을 좋아하는 60세 이상 어르신 12명이 한데 모여 실버악단을 결성했다.

교육계와 공직에서 퇴임한 교장·공무원, 군의원, 교회 장로, 음악인 등으로 지역에선 이름 꽤 알려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한 번쯤 하모니카를 입에 대고 불어봤지만, 수준급은 아니다.

이러다 보니 처음엔 걸음마 수준이었다.

1부터 7까지 음계를 익히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2년간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포기할 만도 했지만,

낙오자는 없었다.

지도는 홍순선(68) 강사가 맡았다. 그는 피아노와 기타 등 악기를 능숙히 다룰 뿐만 아니라 이론도 뛰어났다.

여기에 하모니카 대부인 이혜봉(78) 한국 하모니카연맹 회장이 하모니카 연주의 기법을 지도했다.

이러면서 실버악단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연습실에서 뛰쳐 나와 사람들이 모인 행사장의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엔 노인대학, 실버타운, 장애인 복지시설 등 문화소외지역에서 그동안 배운 실력을 발휘했다. 풍부한
경험을 쌓기 위해 서울시청 앞에서 거리 공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노련미가 더해지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면서 무대는 더 큰 곳으로 향했다. 2011년 11월 제4회 효 실버 하모니카 경연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다.

2012년 8월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태평양 하모니카 페스티발에 참가했다.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000여 명이 모여 연주실력을 겨뤘다. 이 대회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행사다.

실버악단은 '노들강변'과 '아리랑'을 연주해 우리 가락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그 결과, 은상의 영예를 안았다. 4년의 짧은 기간에 하모니카와 입술을 맞춰 거둔 성과였다.

군의원 출신인 김학천(75)씨는 "홍순선 지도 강사님이 회원들에게 열정을 갖고 지도를 해 준 덕분에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면서 "11년 동안 낙오자 없이 지금까지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을 통해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명성을 떨친 실버악단은 요즘 무척 바쁘다. 전국에 입소문이 나면서 초청장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신규 회원도 3명이 더 늘었다. 현재 최고령은 임두빈씨로 올해 86세다. 막내 김정식(61)씨와는 무려 25살이 많다.

현재 회원들은 음악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는 장수비결이기도 하다.

최근 실버악단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문화원에서 강도 높은 연습을 한다. 올해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하모니카 페스티발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작은 소망도 밝혔다. 2022년에 포천에서 아시아·태평양 하모니카 페스티발이 열려 자신들의 기량을 선보이고 싶어한다.

▲라떼 한 잔 하실래요

어르신들의 활동폭이 커졌다.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커피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흔한 풍경의 일상이다.

동네 곳곳에는 크고 작은 커피 전문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인의 커피 소비는 세계 평균보다 3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커피산업 시장 규모는 약 7조원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2023년엔 9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실버 카페가 인기다.

포천에도 지난해 11월19일 소흘읍 행정복지센터 내에 실버 카페 하모니가 첫선을 보였다.

포천시가 어르신들에게 삶의 일터이자 희망을 여는 카페 하모니를 선물했다. 운영은 포천노인복지센터가 위탁을 맡았다.

카페 하모니는 정식 바리스타 교육을 수료한 매니저와 16명의 어르신이 함께 일하는 카페다. 이들은 하루 3시간씩 순번제로 일한다.

메뉴도 다양하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데, 건강차 등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다. 가격은 시중보다 20∼30% 저렴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은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르신들은 손님이 없을 때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바닥 청소부터 정리까지 이곳저곳 누빈다.

윤기현(75)씨는 "젊었을 때 사업도 하고 회사도 다녔다. 할 수 있다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며 "주로 30∼40대 연령층이 많이 찾는다. 입맛에 맞추려고 배합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전승혼(67)씨는 "일을 하다 보니 움직임이 많아 건강도 좋아지고 내 손으로 돈도 벌 수 있어 기쁘다.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사진=포천시·이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