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뒷편 자락에 가면 거대한 은행나무와 마주한다. '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다. 수령은 800~850년쯤으로 추정된다. 1992년 12월 인천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됐다. 키 30m, 둘레 8.6m에 달한다. 5개 가지가 균형을 이루며 쭉쭉 뻗어 있어 웅장하기까지 하다. 남동구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이 은행나무는 정말 특별하다. 남동구는 구의 상징물처럼 여긴다. 만의골 은행나무 앞에선 몇년 전만 해도 음력 7월과 10월에 제사를 지내면서 마을의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부를 정도로 오래됐다. 만의골 은행나무는 단풍철엔 특히 그 자태를 뽐내며 위용을 자랑한다.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엔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지만, 가을에 은행이 떨어질 때면 고약한 냄새를 풍겨 자치단체마다 골머리를 앓는다. 일부 지자체에선 아예 은행나무를 대신할 가로수를 찾기도 한다. 그렇긴 해도 살아 있는 화석을 느끼게 하고 병충해도 없는 은행나무를 "그대로 두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런 만큼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령 은행이 열리지 않는 수나무로 대체하는 일도 고려할 만하다.

남동구가 장수동 은행나무 경관광장 조성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은행나무 주변이 불법 건축과 경작, 노점상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다. 은행나무 인근은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문화재 원지형보존구역'이다. 인천시는 2006년 이 일대를 도시계획시설인 '경관광장'으로 처음 지정했지만,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구가 지난해 시에 재정 지원을 요청, 1차로 시비 10억원을 확보해 사업 추진의 물꼬를 텄다. 구는 2018년 12월 사업비 20억원을 들여 만의골 진입도로에서 은행나무 앞까지 새 도로를 내기도 했다.

만의골 은행나무 명성에 관광객도 줄줄이 찾는다. '국내 최고'에 걸맞게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에 간직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경관조성과는 별개로 이 은행나무에 대해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받기 위한 절차를 밟기를 바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면서 또 하나의 '관광명물'로 키울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