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만 18세가 되는 고3 학생 일부가 4월15일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새로 투표권을 갖게 된 청소년들은 전국 53만여명, 경기도내 14만여명 규모다. 이들의 선거권 족쇄가 풀리면서 일각에서는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감은 물론 교사도 정치 중립을 지키지 않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미성숙한', '선동당할',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학생들을 오염된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청소년에 대한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권리 침해이다. 만 18세면 충분히 자기 의사를 표현할 나이다. 어리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기 주관을 가지고 사회의 건강한 성장동력으로서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6곳 중 유일하게 선거권을 만 19세로 제한해왔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제 겨우 선거권의 평균치가 맞춰진 정도다. 선거권 확대는 단순히 '고등학생에게 한 표를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청소년이 민주주의의 상식적 가치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정치적 주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여전히 구시대적 틀에 갇혀 있는 학교 교칙도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 준비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경기도 내 고등학교 학교생활인권규정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지역 전체 475개교 가운데 275개교(58%)가 학생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275개교 가운데 29개교는 학생이 정당 가입이나 정치 활동을 하면 학교장이 퇴학 처분하거나 선도위원회에 회부해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과서 속의 죽은 민주주의가 아닌 살아 숨쉬는 민주주의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정치적 무지를 강요받았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직접 정치권에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지기까지 청소년 인권의 신장은 계속돼야 한다. 청소년 선거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