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방역망 재설계가 시급하다] (상) 코로나19로 드러난 구멍
[국가방역망 재설계가 시급하다] (상) 코로나19로 드러난 구멍
  • 박범준
  • 승인 2020.0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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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못 써먹는 '감염병 컨트롤타워'


정부, 대책본부 역할 및 대규모 인원 격리 가능한 검역의료센터 방치
부처 간 수습지휘 혼선 겪는 새 사태 확산 … 질본 전문성 결여 도마위




치료제가 없고 전파력이 강한 새로운 감염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 전역을 휩쓸며 16일 기준 1665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코로나19는 국내로도 번졌다. 지금까지 2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국가 방역망엔 여전히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

이에 인천일보는 '대한민국 관문도시' 인천이 해외 감염병 유입의 길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국가방역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기획기사를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2015년 국내에서 사망자 38명을 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불과 4년여 만에 코로나19가 출현했다.

확진자 대부분이 중국이나 제3국에서 감염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국가 방역망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5면


▲166억원짜리 최상급 시설 '애물단지' 전락

방역당국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를 계기로 2년 뒤 66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천공항 인근에 연면적 3873㎡ 규모의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를 건립했다.

이후 메르스 추경 예산 50억원을 들여 1인실을 모두 음압격리실(50병상)로 개선했다.

센터는 본래 해외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될 경우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대규모 격리 수용하거나 비상시 감염병 대책 컨트롤타워를 수행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이후 8일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사실이 인천일보 취재로 확인됐다.

뒤늦게 문을 열었지만 격리 대상을 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은 입국자로 한정해 센터 본연의 기능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방역당국은 또 검역 대상 오염지역에서 제3국을 경유해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들을 '타깃 검역 대상'으로 선별할 수 있는 '스마트 검역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코로나19 사태 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 유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첨단기술 개발 과제가 지난해 2월 다부처 공동사업으로 선정됐다가 예산 문제로 백지화된 사례는 정부의 '무사안일주의'를 그대로 드러낸다.


▲지휘 체계 혼선·전문성 결여

감염병 비상 대응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두고 정부 부처 간 혼선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지 한 달 가까이 됐음에도 방역 지휘부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무총리실 상황관리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 4개 부처로 나뉜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 감염병 대처의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사태 수습 지휘 체계는 뒤섞여 있다.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국가 방역 체계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많다.

검역은 '순간적 판단 능력'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어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수많은 입국자 중에 감염병 의심자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는 급격히 늘고 있는데 방역 인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검역관 한 명이 맡았던 입국자수는 '10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지금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정 조직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고 꼬집었다.

/박범준·정회진·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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