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서 부모와 배우자, 자녀 등 가족이 있었던 고인들이 '무연고 사망자 장례' 절차를 거쳐 납골당에 안치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핵가족화와 가족 간 관계 단절이 고인의 마지막 길도 외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16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10개 군·구에선 직계가족이 없는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업무 처리 지침에 따라 자체 예산으로 장례를 치러준다. 지난해 시신 1구를 처리하는데 든 비용은 75만원이었다. 지자체가 가족이 없는 사망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끝까지 책임져주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생전에 가족이 있었는데도 무연고 장례로 치러지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무연고 사망자 처리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체 173건 중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무연고 장례로 치러진 사례가 무려 86%(149건)를 차지했다. 나머지 24건은 실제 연고가 없는 사망자였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변사체도 여기에 포함된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가족의 시신 인수 거부에 따른 무연고 사망자 처리 비율이 각각 60%(98건), 62%(101건)였다. 불과 1~2년 만에 60%대에서 80%대까지 치솟은 것이다.

지자체는 경찰에서 통보받은 사망자의 가족 관계를 확인한 뒤 연고자에게 시신 인수를 요구한다. '무연고 사망자 발생 알림'이란 제목의 우편물에는 고인의 사망 날짜 등이 적혀 있고 시신처리위임서가 동봉돼 있다.

가족이 시신을 넘겨받지 않겠다고 하거나 우편물 수령을 거부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간주된다. 이후 지자체는 2주간 무연고 사망자 공고를 낸 뒤 장례를 치러준다. 화장된 시신은 5년 동안 인천가족공원에 보관된다.

연고가 있는데도 가족의 배웅 없이 쓸쓸하게 장례를 치러야 하는 고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을 두고선 이혼이나 형제 간 갈등으로 인한 '가족 관계 단절'과 '핵가족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핵가족화로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 간에 서로 돌봐주는 역할이 많이 약화되고 있다"며 "특히 50대 남성의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